‘잘못된 부담금’에 稅부담 눈덩이

  • 입력 2008년 6월 16일 02시 58분


중복해서 걷고, 엉뚱한 곳에 부과

작년 13조6396억 걷어

중복 부과 경유차, 환경세 내는데 환경부담금까지

엉뚱한 부과 재활용 가능 플라스틱에 폐기물부담금

목적외 사용 담배부담금, 건강증진에 10%도 안 쓰여

조세 외에 정부가 걷고 있는 각종 부담금이 지난해에만 13조6396억여 원으로 재작년에 비해 14.1%나 증가한 것으로 나타났다.

한나라당 이범래 의원이 의뢰해 국회예산처에서 분석한 결과 지난해 정부 부담금의 종류는 모두 101개로 총액은 2001년 이후 연평균 11.5%씩 늘어났다. 이는 연평균 9.1%가 증가한 전체 국세수입보다 높은 증가율이다.

부담금은 정부의 사업에 특별한 이해관계를 가진 사람에게 부과해 관련된 특정사업의 경비에만 충당하도록 하는 일종의 세금이다.

예를 들어 ‘물이용부담금’의 경우 생활·공업용수 사용자를 대상으로 수도요금과 함께 부과해 상수원 상류지역 수질개선과 상수원 보호 규제로 재산권 행사에 제약을 받는 주민들에게 보상하는 데에만 쓰이도록 한다.

그러나 부담금이 중복 부과되거나 엉뚱한 곳에 부과돼 잘못 집행되는 등 운영상의 문제가 많다고 국회예산처는 지적했다.

▽중복 부과=2001년 138억 원이었던 ‘국민건강증진부담금’ 징수 실적은 매년 119.5%씩 증가해 지난해 1조5486억 원으로 늘었다. 담배에 부과하고 있는 이 부담금은 담뱃값이 인상되면서 덩달아 크게 늘어났다.

담배에는 ‘국민건강증진부담금’ ‘폐기물부담금’ ‘연초경작농민안정화부담금’ 등이 동시 부과돼 부담금 중복 부과라는 분석이 나온다. 담배 1갑(2500원)의 경우 흡연자는 62%에 해당하는 1542원을 세금과 부담금으로 납부하고 있다. 예산처는 경유 자동차 사용자의 경우 경유를 이용할 때 ‘교통에너지환경세’가 붙고, 경유자동차 자체에 ‘환경개선부담금’이 부과돼 중복 부과라고 지적했다.

▽엉뚱한 사람이 납세=부담금을 내야 하는 납부자가 잘못 지정되어 있어 애꿎은 소비자만 손해 보는 경우도 있다.

‘환경개선부담금’의 경우 경유 자동차 사용자가 아닌 소유자에게 부과하고 있고 자동차 실제 운행 거리가 아닌 소유 연수에 따라 부과금액이 연동되도록 되어 있어 현실과 맞지 않다는 것이다.

‘수질배출부과금’도 부과대상을 오염물질 총량이 아닌 오염농도를 기준으로 하고 있어 ‘오염원인자 부담원칙’에 맞지 않는다고 지적했다.

폐기물 부담금의 경우 재활용이 가능한 플라스틱 제품에는 부과되는 반면, 선진국에서 유해 물질로 사용을 금지하고 있는 망간건전지, 1회용 카메라 등에는 부과되지 않아 기준이 비현실적이라는 지적을 받는다.

▽목적 외 사용=‘국민건강증진부담금’ 명목으로 걷는 담배부담금은 본래 사용해야 하는 건강증진사업에는 10%도 쓰이지 않고 전체 징수액의 평균 72%를 건강보험 급여비를 지원하는 데 쓰이고 있다. 그 외에 보건의료기술개발 R&D사업, 한방치료기술개발, 국립암센터 운영 등 각종 일반 보건업무 사용에 쓰이고 있어 부담금의 취지와 배치된다.

2006년에 대기환경개선 부담금은 5328억원이 걷혔는데, 2007년 대기부문 예산은 3532억 원에 불과했다.

이범래 의원은 “국민에게 세 부담이 되는 ‘부담금’의 규모가 계속 커지는 만큼 부과대상과 용처를 정확히 파악해 최소한의 규모로 ‘적소’에 쓰이도록 제도 정비가 필요하다”고 말했다.

동정민 기자 ditto@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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