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 검역주권 충분히 보장…미국내 시설 방문감사 환영”

  • 입력 2008년 5월 6일 03시 00분


리처드 레이먼드 미국 농무부 식품안전담당 차관이 4일 워싱턴 농무부에서 가진 긴급 기자회견에서 “미국산 쇠고기는 안전하며 미국 정부도 안전을 위한 모든 조치를 취하고 있다”고 강조하고 있다. 워싱턴=연합뉴스
리처드 레이먼드 미국 농무부 식품안전담당 차관이 4일 워싱턴 농무부에서 가진 긴급 기자회견에서 “미국산 쇠고기는 안전하며 미국 정부도 안전을 위한 모든 조치를 취하고 있다”고 강조하고 있다. 워싱턴=연합뉴스
美 농무부 레이먼드 차관 쇠고기 관련 긴급회견

미국 정부가 4일(현지 시간) 자국 쇠고기의 안전성을 알리기 위해 한국 언론사 특파원들을 상대로 긴급 기자회견을 열었다.

리처드 레이먼드 미국 농무부 식품안전담당 차관은 이날 워싱턴 농무부 청사에서 개최한 기자회견에서 “미국의 쇠고기 공급은 세계에서 가장 안전하게 이뤄진다는 것을 강조하고 싶다”며 1986년 영국에서 처음으로 광우병(BSE)이 발병한 뒤 미국이 취해 온 광우병 대책을 상세히 설명했다.

17년 동안 의사로 활동한 경력이 있다는 그는 “광우병으로부터 사람을 보호할 수 있는 가장 효과적인 방법은 광우병 특정위험물질(SRM)을 제거하는 것”이라며 “2005년 하버드 위험분석센터(HRA) 연구 결과 SRM 제거 시 광우병 발병 가능성이 99% 줄어든다”고 강조했다.

레이먼드 차관은 “미국의 도축장에서는 농무부 관리의 감시 없이 도축작업을 할 수 없다”며 “7800명의 정규인력을 포함한 9000명의 농무부 직원이 도축작업을 상시 모니터하고 있다”고 말했다.

그는 도축되는 소 가운데 매년 2만 마리를 대상으로 실시하던 광우병 검역을 2004년 6월부터 1일 1000마리로 확대해 2년간 70만 마리를 검역했다고 설명했다.

레이먼드 차관은 “75만9000마리에 대해 광우병 검사를 한 결과 (1993년 미국 최초로 광우병 소 1마리가 발견된 데 이어) 단 두 마리의 소에서만 광우병이 발견됐고 두 마리도 1997년 8월의 ‘포유동물에서 유래한 단백질의 반추동물 사료 이용 금지’ 조치가 취해지기 전에 태어난 소였다”고 밝혔다.

레이먼드 차관은 “이처럼 이중 삼중의 교차검증 작업을 거치기 때문에 미국산 소가 광우병에 걸릴 확률은 극히 낮다”는 말을 5차례나 반복했다.

인간광우병으로 불리는 변종 크로이츠펠트야코프병(vCJD) 발병 가능성에 대해서도 그는 적극적으로 해명했다.

그는 “우리는 미국에서 미국산 쇠고기를 먹었다고 해서 인간광우병에 걸렸다는 사람을 본 적이 없다”며 “가능성이 제로(0)이기 때문에 (한국인이 유전적으로 광우병에 취약해) 발병 가능성이 두 배가 된다고 해도 0의 두 배는 여전히 0”이라고 말했다.

레이먼드 차관은 최근 큰 논란을 불러일으킨 버지니아의 인간광우병 환자 사망 보도와 관련해 “미 질병통제예방센터(CDCP)의 예비조사 결과 이 환자는 인간광우병으로 사망한 것이 아니라는 결과가 나왔다”며 “모든 조사가 완료되면 공식적인 발표가 나올 것”이라고 전했다.

레이먼드 차관은 이번 쇠고기 개방 협상에서 한국의 ‘검역주권’이 충분히 보장됐다고 강조했다.

그는 “미국 정부는 현행 협정이 한국 소비자들의 건강과 식품 안전에 대한 우려에 잘 대처하고 있다고 믿고 있다”며 “식품 안전에 대한 우려가 확인됐을 때 (한국은) 미국의 시설을 감사(audit)할 수 있고 미 농무부와 협력할 수 있다”고 말했다.

그는 더 나아가 만약에 문제가 생겼을 경우 한국 정부가 미국에 와서 적절하다고 판단되는 감사를 하는 것을 환영한다고도 말했다.

레이먼드 차관은 한국에서 화두로 떠오르고 있는 쇠고기 재협상 가능성에 대해서는 “나는 식품 안전의 전문가일 뿐”이라며 답을 피했다. 그는 모두 발언에서부터 “이 자리는 식품 문제만을 논의하기 위한 자리이지 협상 문제를 논의하기 위한 것이 아니다”라며 한국 특파원들의 예봉을 피했다.

다음은 일문일답.

―광우병 발견 시 한국이 미국에서 검사(investigation)를 할 수 있나.

“한국 정부가 미국에 와서 적합하다고 판단되는 감사를 하는 것을 환영한다. 하지만 ‘검사’라는 표현은 적절하지 않은 것 같다.”

―광우병이 발견됐을 때 한국이 해당 도살장에서 선적 중단을 요구할 수 있나.

“도살장 시설은 광우병의 원인이 아니라는 것을 기억해야 한다. 따라서 도축시설에 대해 조치를 취하는 것은 부적절할 수 있다. 나는 한국에서 어떤 협상이 이뤄졌는지는 모른다. 그러나 과거 정책을 보면 뼛조각이나 골수 등과 같은 것이 발견됐을 때 그러한 시설들에 대해 운영 중단 조치가 취해졌다. 하지만 내일 미국에서 네 번째 광우병 소가 나오더라도 미국산 쇠고기에 대해 즉각적인 수입중단조치를 취하지 않기를 바란다. SRM 제거가 쇠고기 공급의 안정을 보장하는 것이기 때문이다.”

―한국인들이 유전적으로 광우병에 취약하다는 주장이 있는데….

“내 전문영역이 아니어서 올바른 코멘트가 될지는 모르지만 그런 연구는 국제적인 검증을 받아 볼 필요가 있다고 본다. SRM이 제거되면 유전적인 문제를 걱정할 필요가 없다.”

워싱턴=하태원 특파원 triplets@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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