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농구의 산증인 김영기 前KBL총재의 ‘골프사랑’

  • 입력 2008년 4월 19일 02시 58분


큰 공도 작은 공도 “슛은 역시 폴로스루”

72세에 230야드 장타… “매일 연습이 비결”

농구공의 둘레는 75∼76cm로 구기 종목 가운데 가장 크다.

반면 골프공은 14cm가 채 되지 않아 탁구공과 더불어 가장 작은 축에 들어간다.

공의 크기만 비교하면 농구와 골프는 양극에 놓였다고 할 만하다.

김영기(72) 전 한국농구연맹(KBL) 총재는 이 두 종목에서 모두 ‘고수’로 통한다.

한국 농구의 산증인으로 불리는 김 전 총재는 1960년대 최고의 스타로 이름을 날렸고 지도자, TV 해설가 등을 두루 거쳐 1997년 국내 프로농구 출범의 ‘산파’역을 맡았다.

골프는 기업은행에 근무하던 1977년 40대 초반에 처음 인연을 맺었다.

베스트스코어는 3년 전 강원 평창군 휘닉스파크GC에서 기록한 72타. 최근 경기 고양시 한양CC 구코스에서 열린 한 모임에서 77타를 쳐 메달리스트가 되기도 했다.

“농구는 눈감고도 할 정도였는데 골프는 공이 작아서 그런지 당최 눈에 들어오지 않더군요. 처음엔 농구와는 너무 달라 고생 좀 했죠.”

김 전 총재는 독특하게 농구와 골프의 차이를 36가지나 꼽는다. 그 가운데 눈에 띄는 내용을 보면 우선 △농구에서 슈팅을 할 때는 목표물인 림에 집중해야 하지만 골프는 공에 집중해 헤드업을 해서는 안 된다. △농구는 보통 1만 m의 거리를 40분 동안 뛰어다니는 반면 골프는 비슷한 거리를 4시간 넘게 걸어 다닌다. △농구는 심판이 있고 골프는 없다. △농구 팬은 체육관에 소리를 지르러 가고 골프 갤러리는 조용히 숨죽일 때가 많다. △골프는 경기 도중 수시로 상대 선수나 갤러리에게 인사를 하지만 농구에서 선수들이 인사를 나누는 경우는 경기 시작과 종료 때뿐이다.

김 전 총재가 이처럼 색다른 분석을 내놓은 데 대해 “사실 골프가 안 될 때 핑계 거리를 찾다 보니 나온 것”이라고 털어놓았다. “골프가 잘 안 되는 이유가 108가지여서 늘 백팔번뇌에 시달린다는데 난 36가지를 더 만든 셈이죠.”

김 전 총재는 고려대 법대 55회 동기인 이용만 전 재무부 장관, 박수길 전 유엔대사, 박종석 전 한화 부회장 등과 자주 라운드를 즐긴다.

“내기라도 하면 서로 안 지려고 독하게들 칩니다. 매일 연습장에서 경쟁자 얼굴을 떠올리며 실제 코스에서 18홀을 돌 듯 클럽을 바꿔가며 연습하는데 일종의 이미지 트레이닝이죠.”

70대 나이에도 드라이버를 평균 230야드 가까이 칠 만큼 장타력을 지닌 김 전 총재는 “농구 선수 출신이라 넣는 건 자신 있어 퍼트도 잘한다”며 웃는다. 매일 서울 영등포구 여의도 집 근처의 헬스클럽에서 운동을 하며 약속이 없는 경우 저녁은 오후 5시에 하는 게 건강 유지의 비결이라고.

그는 자신의 나이와 같거나 적은 스코어를 치는 꿈의 기록 ‘에이지 슈트’를 목표로 세웠다.

“40여 년 전 내가 농구 선수였을 때 늘 주문처럼 외던 게 있는 데 ‘슛은 바로 폴로스루다’라는 말입니다. 이건 농구나 골프나 똑같은 것 같아요.”

김종석 기자 kjs0123@donga.com

  • 좋아요
    0
  • 슬퍼요
    0
  • 화나요
    0

지금 뜨는 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