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고 순금 20돈 구합니다. 녹여서 커플링과 목걸이를 만들 거니까 금이기만 하면 돼요.”
대학생 김모(25) 씨는 최근 중고물품을 거래하는 인터넷카페를 서핑하며 열심히 금을 모으고 있다.
김 씨는 “화이트데이 때 여자친구에게 멋진 반지를 선물하고 싶지만 금값이 워낙 올라 망설여진다”며 “직접 세공공장에 찾아가 반지를 만들 계획”이라고 말했다.
금값이 오르면서 금 유통시장의 풍경도 달라졌다. 금반지를 직접 만드는가 하면 신용카드 결제를 기피하는 금은방을 국세청에 신고하는 ‘금(金) 파파라치’도 등장했다.
○ 금반지도 MIY(Make it yourself)
서울 종로구 종로4가에 있는 보석세공업체 신비아트는 최근 금값이 오르자 일반 개인 고객이 부쩍 늘었다. 금은방에서 새 제품을 사는 것보다 가격이 싸기 때문이다.
이 회사 김태선(50) 사장은 “중고 금 제품을 들고 와 직접 반지 제작을 의뢰하는 고객이 늘고 있다”며 “벌써 한 달 치 주문이 밀려 있다”고 말했다.
중고 금 제품을 녹여 직접 디자인하려는 사람이 많아지면서 온라인상으로 개인 간에 금을 사고파는 사례도 늘고 있다.
요즘 한 돈(3.75g)짜리 돌 반지를 금은방에 되팔 경우 보통 9만6000∼9만7000원을 받는다. 새 것을 살 때보다 4만 원가량 낮은 가격밖에 못 받는다. 하지만 온라인 직거래 가격은 10만5000원 선이다.
○ 금값 천차만별
6일 오전 서울 종로3가의 한 귀금속상가. 3.75g짜리 금반지를 사려고 상가 안 매장 여러 곳을 돌며 값을 물어봤다.
“요즘 장사가 잘 안되니까 현금으로 결제하면 11만2000원에 줄게요. 그 대신 카드로 하면 14만2000원입니다.”
현금영수증은 받을 수 있느냐고 묻자 “소득공제를 받으려면 카드로 결제하라”는 답변이 돌아왔다.
이처럼 시중 금값이 천차만별인 데는 국내 도소매상이 취급하는 금 가운데 상당량이 밀수됐거나 면세(免稅)로 들어와 불법으로 유통되고 있기 때문이다.
밀수 또는 불법 유통되는 면세 금은 카드로 결제하면 매출 기록이 남아 부가세(10%)와 카드 수수료를 고객에게 떠넘기는 것이다.
종로 일대 금 도매상 사이에는 금 파파라치도 자주 눈에 띈다. 국세청은 지난해 7월부터 신용카드 결제를 거부하는 사업자를 신고할 경우 5만 원의 포상금을 지급하는 제도를 시행하고 있다.
금 도매상 김모(36) 씨는 “장사도 잘 안되는데 파파라치 눈치 보랴 국세청 단속 신경 쓰랴 정말 문을 닫아야 할 판”이라고 푸념했다.
한편 5일(현지 시간) 뉴욕상업거래소에서 금 가격은 전날보다 22.20달러 오른 온스(31.1g)당 988.50달러에 거래를 마쳤다. 금값은 장중에는 온스당 995.20달러까지 올라 3일 992달러의 최고치를 다시 갈아치웠다.
정효진 기자 wiseweb@donga.com
장윤정 기자 yunjung@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