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입력 2008년 2월 25일 02시 5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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7만9000원 공기청정기
9900원 MP3플레이어
“5000달러(약 470만 원) 이하의 자동차는 불가능하다. 희대의 사기꾼들이 모여 종이로 차를 만든다면 몰라도.”
인도 타타자동차가 2500달러(약 235만 원)대 초저가 자동차 개발 계획을 발표하자 경쟁사인 인도 마루티-스즈키 관계자는 이같이 단언했다.
하지만 경쟁자들의 조롱에도 불구하고 타타자동차는 올해 초 2500달러짜리 ‘나노’ 개발에 성공해 전 세계를 놀라게 했다.
또 한국 중소기업인 BBT는 단돈 9900원짜리 초저가 MP3 플레이어(모델명 거북이)를 생산해 저가를 무기로 시장을 장악해 온 중국 업체를 경악하게 했다. 이와 함께 중소기업 에어비타도 100만 원을 호가하는 공기청정기가 주류를 이루고 있던 국내외 시장에 7만9000원짜리 초저가 제품을 선보이며 경쟁 업체들을 몰아붙였다.
소득 수준이 높아지면서 최고가 명품들이 시장을 주도하고 있지만, 정반대로 극단적인 원가 절감을 통해 신시장을 개척하는 국내외 기업이 급증하고 있다.
이유는 딱 하나. 수십억 명에 이르는 저소득층 시장이 기업들의 새로운 성장 동력을 제공해 줄 것으로 기대되기 때문이다. 특히 놀라운 상상력과 창의력을 무기로 과거에는 생각조차 못했던 ‘극한 원가(extreme cost)’를 현실화하는 기업마저 국내외에서 잇따라 생겨나며 하나의 트렌드로 자리 잡아 가고 있다. 이와 관련해 동아비즈니스리뷰(DBR)는 한국 미디어 최초로 극한의 원가 경쟁력을 기반으로 급성장하고 있는 타타와 BBT 등 국내외 기업들의 성공 비결을 현지 목소리를 곁들여 분석했다. 기사 전문은 26일 발행되는 DBR 4호에서 만날 수 있다.
○ 목표 가격부터 먼저 정하는 거꾸로 전략
인도의 대표적 재벌 타타그룹의 라탄 타타 회장은 2003년 초 ‘원 라크 카(One Lakh Car)’ 구상을 전격 발표했다. ‘라크’란 10만을 뜻하는 힌두어로 타타 회장은 10만 루피(약 2500달러)짜리 자동차를 만들겠다고 밝힌 것.
타타 회장은 미리 원가를 따져 보고 이런 목표 가격을 정한 게 아니었다. 인도 중산층 소득을 감안해 시장성 있는 가격을 회장의 ‘직권’으로 결정하고 여기에 적정 이윤을 확보할 수 있는 수준에서 원가를 꿰맞춘 것이었다.
비슷한 사례는 저가 MP3 플레이어 업체인 BBT에서도 발견된다. BBT 창업자들은 2006년 9900원짜리 MP3 플레이어를 만들기로 결정했다. 이유는 간단했다. 시장조사를 해 보니 중고가 시장의 경우 애플이나 삼성전자가 버티고 있었다. 이런 거대 기업과 정면 승부했다가는 자칫 기업 자체가 초토화될 수도 있었다. 이런 와중에 1만∼2만 원대 중국산 MP3 플레이어의 품질이 형편없다는 사실을 발견했다. 따라서 BBT는 중국 업체도 도저히 따라올 수 없는 9900원이란 가격을 정했다.
○ 역발상으로 과감하게 기능 줄이기
타타자동차는 라디오나 에어컨, 파워윈도 등을 모두 없앴고 와이퍼도 하나만 장착했다. 심지어 사이드미러도 운전석 쪽에 한 개만 부착했다. 직사광선을 막아 주는 차양판(sun visor) 역시 운전석에 하나만 설치했고 트렁크와 조수석 앞 수납 공간도 없앴다.
BBT는 MP3 플레이어에 응당 있어야 할 메모리카드, 이어폰, 목걸이를 아예 없앴다. 메모리카드나 이어폰 등은 소비자가 이미 보유하고 있거나 다른 곳에서 얼마든지 구매할 수 있다고 판단했기 때문이다.
○ 창조적으로 부품 재설계하기
초저가 공기청정기를 만든 에어비타는 부피부터 줄여야 했다. 문제는 가장 많은 공간을 차지하는 필터였다. 하지만 기존 방식의 필터를 유지하면서 크기를 줄이기가 힘들었다. 따라서 필터 대신 악취 제거 효과가 뛰어난 음이온을 사용키로 했다. 이를 위해 에어비타는 일본으로 건너가 기술자를 영입했다. 또 크기가 작으면서도 공기 정화 성능이 떨어지지 않도록 ‘전자 방출침’이란 새 기술을 공기청정기에 적용했다. 청계천 상가를 이 잡듯 뒤져 극소형 볼트와 너트도 찾아냈다.
타타자동차도 나노를 디자인할 때 과거 관행에 집착하지 않고 창조적으로 접근했다. 타타는 크기와 가격 문제로 기존 자동차 부품을 거의 활용하지 않고 모든 것을 백지 상태에서 검토했다. 또 나노의 엔진을 뒤쪽에 장착해 조향 장치를 간단하게 만들고 부품 수도 줄였다. 가벼운 플라스틱 부품을 사용했으며 금속 볼트 대신 접착제를 이용했다. 볼트와 너트로 조립하면 비용이 상승하고 무게가 더 많이 나가기 때문이다. (도움말=박민준 KOTRA 뉴델리 무역관 과장)
김남국 기자 march@donga.com
문권모 기자 mikemoon@donga.com
하정민 기자 dew@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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