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선주 주가 너무 다른 전망 “더 내린다” vs “납득못해”

  • 입력 2008년 2월 13일 02시 50분


조선주가 한국 증시의 뜨거운 이슈로 떠오르고 있다.

최근 메릴린치 골드만삭스 UBS 맥쿼리 등 외국의 투자은행들이 한국 조선업체들에 대해 줄줄이 목표주가를 하향 조정하거나 부정적 전망을 내놓으면서 조선주가 급락하고 있다. 이에 대해 국내 전문가들은 외국계 증권사들의 비관적 전망은 지나치다며 반박하고 있다.

○ 외국 투자은행, 조선주 목표가 대폭 낮춰

12일 현대중공업의 주가는 34만1500원으로 지난해 말보다 22.82% 하락했다. 같은 기간 삼성중공업(―27.49%) 대우조선해양(―32.27%) 현대미포조선(―21.66%) 등도 큰 폭으로 주가가 내렸다.

이 기간에 코스피지수가 13.38% 빠진 점을 고려하면 조선주의 하락폭은 매우 크다. 이처럼 주가가 많이 내린 데에는 외국 투자은행들의 부정적 전망이 상당 부분 영향을 미쳤다.

11일 메릴린치는 보고서를 통해 한국 조선업체의 목표주가를 30% 이상 하향 조정했다.

현대중공업의 목표가는 68만5000원에서 45만 원으로 34.3% 낮췄다. 삼성중공업의 목표가도 39.7%(6만8000원→4만1000원) 낮췄으며 대우조선해양 역시 37.5%(7만2000원→4만5000원) 낮췄다. 메릴린치는 후판(厚板·선박을 만드는 데 사용하는 두꺼운 철판) 가격이 올해 18%, 2009년에 10% 정도 각각 상승할 것으로 예상돼 조선업체들의 예상실적이 9∼25% 줄어들 것이라고 설명했다.

골드만삭스도 5일 조선주의 목표주가를 40∼60% 낮췄다. 지난달 말 맥쿼리 증권도 조선주의 목표주가를 내렸으며 UBS증권도 조선주가 단기간 약세를 보일 것으로 전망했다.

이들은 공통적으로 △원자재 가격 상승 △글로벌 경기 침체에 따른 물동량 감소로 선박 수주 감소 △수주 감소에 따른 선박 가격 하락 등을 목표주가 하락의 이유로 제시했다.

○ 국내 전문가들 “기업가치에 비해 저평가”

국내 증시 전문가들은 외국 투자은행들의 분석에 대해 “실적보다 미래의 우려 요소에 지나치게 무게를 뒀다”고 지적했다. 한국 조선업체들의 기초체력에 큰 변화가 없는데도 몇 개월 만에 목표주가를 반 토막 낸 것은 납득하기 어렵다는 반응이다.

신영증권 조용준 리서치센터장은 “원자재 가격이 올랐지만 올해 들어 선박 가격이 10%가량 올라 조선업체의 매출 하락으로 연결되지 않았다”고 말했다.

조 센터장은 또 “후판이 선박제조 원가에서 차지하는 비중이 15% 정도여서 후판 가격이 20% 올라도 제조 원가는 3%만 상승한다”며 “지금처럼 선박 가격이 오르면 원자재 가격 상승에 따른 부담을 해소할 수 있다”고 덧붙였다.

현대중공업이 지난해 4분기(10∼12월) 사상 최대 실적을 낸 데 이어 올해 들어 국내 조선업체들의 수주량이 늘어나는 데에도 주목할 필요가 있다고 국내 전문가들은 지적한다.

동양종합금융증권 이재원 연구원은 “전 세계 조선업계의 수주가 줄고 있지만 올해 1월 국내 조선업체들의 수주 실적은 전달에 비해 87%, 지난해 1월에 비해 103% 늘었다”고 말했다.

손효림 기자 aryssong@donga.com

  • 좋아요
    0
  • 슬퍼요
    0
  • 화나요
    0

지금 뜨는 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