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규문 사장 “밀레 하면 최고급…쭉 밀고 나가야죠”

  • 입력 2007년 11월 6일 03시 00분


코멘트
한국 가전시장에 본격적으로 진출한 지 2년 만에 빠른 성장을 보여 준 밀레코리아의 안규문 사장. 오른쪽은 국내에서 좋은 반응을 얻고 있는 밀레 청소기 ‘S5580’과 에스프레소 커피 머신. 사진 제공 밀레코리아
한국 가전시장에 본격적으로 진출한 지 2년 만에 빠른 성장을 보여 준 밀레코리아의 안규문 사장. 오른쪽은 국내에서 좋은 반응을 얻고 있는 밀레 청소기 ‘S5580’과 에스프레소 커피 머신. 사진 제공 밀레코리아
“10개년 계획을 세워 보세요.”

안규문(56) 밀레코리아 사장은 2005년 독일의 명품 가전 회사인 ‘밀레’의 한국 법인장으로 임명되면서 본사로부터 이런 지시를 받았다.

“내 임기가 1년이 될지, 2년이 될지 알 수 없는데 10년 계획이라니요?”

안 사장이 이렇게 반문하자 본사의 최고 경영진은 “한국 시장을 공략하려면 2, 3년 갖고 되겠느냐. 적어도 10년은 돼야 제대로 할 수 있지 않겠느냐”고 답했다고 한다.

이 ‘10년 계획’ 이야기에는 △멀리 보고 크게 승부하는 밀레 특유의 장인정신과 사람에 대한 믿음 △‘외국 가전 회사의 무덤’이라고 불리는 한국 시장의 어려움 등이 모두 함축돼 있다.

○ 작년 매출 증가율 전년 대비 32% 늘어

밀레코리아 설립 당시 독일의 한 경제지는 “‘삼성, LG의 나라’인 한국에서 독일의 밀레가 과연 성공을 거둘 수 있을까”라고 보도하기도 했다.

그로부터 2년여가 지난 이달 5일 동아일보 기자와 만난 안 사장은 “일단 한국 시장에 연착륙하는 데는 성공한 것 같다”고 조심스럽게 말했다.

한국 가전 시장에서 수입 업체가 차지하는 비중은 5% 안팎에 불과하고 그 규모는 약 1000억 원대. ‘20년 쓰는 세탁기’ ‘자동차처럼 튼튼한 청소기’로 유명한 밀레는 좁은 수입 가전 시장에서 가파른 상승세를 이어 가고 있다.

지난해 매출 증가율이 전년 대비 32% 늘었고, 올해 증가율도 35∼40%로 예상된다.

2005년 45명이던 직원도 최근 65명으로 늘었다.

안 사장은 “밀레의 약진에는 고급 아파트나 빌라의 ‘빌트 인(built in)’ 제품 공급이 크게 늘어난 것이 결정적 요인”이라고 말했다. 최근 ‘밀레 빌트 인=최고급 주택’이란 소비자 인식이 확산되고 있다는 것이다.

그러나 밀레 제품을 처음 본 사람은 ‘고급스럽다’는 이미지를 떠올리기가 쉽지 않다. ‘백색 가전’이란 말 그대로 하얀색 계통의 단조로운 색상이나 디자인이 대부분이기 때문이다.

○ “밀레의 저력은 가족 같은 분위기”

안 사장은 “밀레의 디자인 철학은 ‘가전제품의 기능을 최대한 발휘할 수 있게 하는 디자인이 최고’라는 것”이라며 “색상만 화려한 디자인은 출시 초기에는 눈길을 끌지만 1, 2년만 지나도 식상해진다”고 설명했다.

‘메이드 인 독일’만을 고집하며 수십 년 경력의 숙련된 기술자들이 만든 ‘고장 없는 밀레 제품’은 한국 소비자들의 까다로운 애프터서비스(AS) 요구에도 끄떡없다고 그는 덧붙였다.

“밀레 본사에서는 한번 뽑은 사람은 특별한 잘못이 없는 한 내보내지 않습니다. 그런 가족 같은 분위기가 밀레의 저력이기도 하고요. 밀레코리아도 그런 회사로 만들고 싶습니다.”

외국계 기업의 최고경영자(CEO)답지 않은 구수한 인상의 안 사장이 인터뷰를 마치며 밝힌 ‘소박한 포부’다.

부형권 기자 bookum90@donga.com

  • 좋아요
    0
  • 슬퍼요
    0
  • 화나요
    0
  • 추천해요

댓글 0

지금 뜨는 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