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2초마다 1대 생산… “하루가 짧아요”…LG김치냉장고 르포

  • 입력 2007년 10월 31일 02시 59분


《29일 경남 창원시 LG전자 창원1공장의 냉장고사업부 건물 1층.

이곳에는 빛바랜 초록색의 작은 뚜껑식 냉장고 하나가 투명한 유리상자 안에 담겨 전시되고 있다.

LG전자(옛 금성사)가 1984년 국내 최초로 개발한 김치냉장고 ‘GR-063’이다.

1980년대 “아이스께∼끼∼”를 외치던 상인들이 들고 다녔던

아이스박스를 닮은 이 45L 규모의 김치냉장고는 당시엔 시장 수요가 거의 없어 곧 단종(斷種)됐다고 한다.

하지만 1995년 시장에 다시 등장한 김치냉장고는 소비자들의 높아진 구매수준과 맞아떨어지며 10여 년째 큰 인기를 누리고 있다.》

우리나라만의 독특한 음식 문화가 반영된 이 ‘특화 상품’의 국내 보급률은 75%에 이르고, 미국 일본 등지에선 한국 음식점과 교포들 대상의 수출시장도 형성되고 있다.

실제로 이날 둘러본 스탠드형 김치냉장고 생산라인 ‘KR2’는 하루 종일 분주하게 돌아갔다.

김장철을 앞두고 있는 데다 김치냉장고 시판 10여 년을 맞아 교체 수요까지 겹치면서 이 회사 김치냉장고의 하루 평균 생산량은 4000대에 이른다고 했다.

약 500m 길이의 거대한 U자형 생산라인 위에는 이 회사의 스탠드형 디오스(DIOS) 김치냉장고 수백 대가 수출용 일반 냉장고와 함께 50cm 간격으로 선 채 레일을 따라 움직이고 있었다.

140여 명 직원들은 대형 자동화 기계 사이사이에서 날렵한 손놀림으로 배선작업과 부품조립, 완성도 테스트 등을 하고 있었다.

냉장고 사업부장 박찬수 상무는 “일본 도요타의 생산방식을 벤치마킹한 KR2 라인의 택트 타임(제품 한 개 생산하는 데 걸리는 기준 시간)은 12초”라며 “이는 세계 냉장고 업계에서 최고 수준”이라고 말했다.

이곳에서 생산되는 LG전자의 프리미엄급 스탠드형 김치냉장고는 주말에도 공장을 가동해야 할 정도로 큰 인기를 누리고 있다.

“간랭식을 적용해 성에가 끼고 김치가 어는 직랭식 냉장고의 문제를 해결한 것이 좋은 평가를 받고 있어요.”(냉장고 사업부 김영진 책임연구원)

김 연구원은 “간랭식은 직랭식보다 냉각속도가 빠르고, 김치 냉장고에서 가장 중요한 ‘일정 온도 유지’ 기능도 뛰어나다”며 “하지만 냉각 파이프가 아닌 바람을 통해 찬 공기를 유지시켜야 하기 때문에 유체역학 등 고도의 기술이 필요하다”고 설명했다.

현재 LG전자 삼성전자 위니아만도가 각각 3분의 1가량을 차지하고 있는 국내 김치냉장고 시장에서 스탠드형 김치냉장고 전체 칸에 간랭식을 적용한 제품은 LG전자의 디오스가 유일하다고 회사 측은 설명했다.

창원공장은 사무직 직원의 70%를 연구개발(R&D) 인력으로 구성하고 있다. 냉장고를 전담하는 디자인 인력도 50여 명에 이른다.

예술작품을 연상시키는 꽃문양에 스와로브스키의 크리스털을 박은 스탠드형 김치냉장고 디자인도 이들이 만들어 냈다고 한다.

박 상무는 “김치냉장고는 기술과 디자인을 결합한 ‘가전제품의 꽃’”이라며 “스탠드형 디오스 김치냉장고의 경우 올해 10만 대 판매가 예상된다”고 말했다.

창원=임우선 기자 imsun@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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