항공사 “탑재품 줄여라” 해운사 “기름 싼 싱가포르서 주유”

  • 입력 2007년 9월 17일 03시 01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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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제 유가가 ‘고공 행진’을 하면서 국내 기업들이 바짝 긴장하고 있다. 유가 상승이 국내 물가 상승 및 소비 위축으로 이어져 올해 하반기(7∼12월) 경기 회복세에 찬물을 끼얹을 수 있다는 우려도 나온다.》

○ 고유가에 긴장하는 기업들

지난주 한국이 주로 수입하는 중동산 두바이유 현물 가격이 11일부터 13일까지 사흘 연속 사상 최고치를 경신하자 항공 해운 등 유가에 민감한 업종의 기업들은 즉각적인 반응을 보였다.

특히 연료비가 매출 원가의 25% 이상을 차지하는 항공업계는 유가가 배럴당 1달러 오르면 대한항공은 연간 300억 원, 아시아나항공은 연간 140억 원 정도의 손실이 불가피한 것으로 추산하고 있다.

항공사들은 별도로 항공유를 비축해 놓고 비상 상황에 대비하는 한편 경제속도 준수, 탑재물품 줄이기 등 유류 사용을 최소화하는 방법으로 운항하고 있다. 고유가가 지속되면 비수익 노선 운항을 축소하거나 아예 폐지하는 방안도 검토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해운업계는 싱가포르, 네덜란드 로테르담 등 유가가 상대적으로 싼 지역에서 연료를 집중 공급받는 방법으로 고유가의 파고를 헤쳐 나가고 있다.

한편 정유업계는 “휘발유는 판매 가격의 약 60%가 세금이고 나머지 40% 가운데도 90%는 원재료 값으로 가격 조정 여지가 적다”며 곤혹스러운 모습이다.

○ ‘경기 회복세에 찬물 가능성’

국제 유가는 14일 다소 내림세로 돌아섰으나 앞으로도 상당 기간 고공 행진이 지속될 가능성이 높아 국내 경기 회복세에도 악영향이 될 것으로 우려된다.

한국석유공사에 따르면 14일 거래된 중동산 두바이유 현물 가격은 배럴당 73.55달러로 정부의 전망치(62달러)보다 이미 10달러 이상 높은 수준이다.

물론 정부 전망은 연간 평균치여서 단순 비교가 어렵지만 유가 상승세가 지속되면 올해 경제성장률 예상치인 4.6% 달성도 힘들어질 수 있다.

○ 한은 “유가 1% 상승 땐 GDP 0.02% 감소”

한국은행은 국제 유가가 1% 상승하면 연간 국내총생산(GDP)은 0.02% 감소하고 물가는 0.02% 올라갈 것으로 추산하고 있다.

국내 석유 제품 가격에 직접적 영향을 미치는 원유 도입 단가는 지난달 배럴당 71.13달러로 7월보다 1.64달러 오르며 6개월 연속 상승세를 이어가고 있다. 도입 단가는 국제 유가에 운송요금과 보험료 등을 합해 산정된다.

현재 거래되는 국제 유가가 시차를 두고 한국 시장에 영향을 주는 것을 감안하면 앞으로 도입 단가도 계속 올라갈 것으로 예상된다.

전문가들은 미국의 서브프라임 모기지(비우량 주택담보대출) 부실 여진으로, 세계 경기의 하강 우려까지 나오는 상황에서 고유가가 지속되면 수출에 상당한 걸림돌이 될 것으로 보고 있다.

배극인 기자 bae2150@donga.com

차지완 기자 cha@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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