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성전자 ‘포스트 윤종용’ 다시 안개 속으로

  • 입력 2007년 7월 17일 02시 59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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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황의 법칙’으로 유명한 황창규 삼성전자 반도체총괄 사장이 잇단 실적 부진에 고개를 떨어뜨렸다.

황 사장이 그동안 겸직해 온 메모리사업부장 직에서 물러나 반도체총괄 사장만 맡게 되자 윤종용 부회장의 뒤를 이을 삼성전자의 ‘유력한 2인자’라는 평가에도 일단 그늘이 드리워지기 시작했다.

삼성전자는 황 사장의 메모리사업부장 겸직 해제에 대한 확대 해석을 경계하고 있다. 회사 측은 16일 “절대 문책성 조치가 아니다”라면서 “정보통신총괄이나 디지털미디어총괄도 올해 안에 총괄 사장의 사업부장직 겸직을 해제할 것”이라고 ‘불끄기’에 나섰다.

그러나 다른 해석도 적지 않다.

삼성전자의 한 임원은 “황 사장의 능력을 의심하는 것은 아니지만 사내(社內)에서 그에 대한 실망감이 생긴 것도 부인할 수 없다”고 말했다. ‘반도체 D램 가격 하락 등 시장 환경이 나빠져도 황창규라면 뭔가 대비책이 있을 것’이란 기대감을 충족시키지 못했다는 뜻이다.

삼성그룹의 한 관계자도 “국무총리(총괄 사장)에게 경제부총리(메모리사업부장)를 겸직시켰더니 정치 사회 분야를 포괄하는 국정(경영 전반)을 너무 경제 중심(메모리사업)으로만 풀어 나가는 문제점이 발견된 셈”이라고 말했다. 황 사장 역시 16일 본보 기자와의 통화에서 “할 말이 없다”며 평소와 달리 바로 전화를 끊어 ‘복잡한 심경’을 표출했다.

황 사장이 이처럼 주춤하면서 ‘포스트 윤종용’ 경쟁 구도가 다시 ‘시계(視界) 제로’ 상태로 들어갔다는 분석이 많다. 특히 최지성 정보통신총괄 사장이 주목받고 있다.

두 사람은 여러 가지로 대비된다.

미국 매사추세츠대학(UMASS) 공학박사 출신인 황 사장이 ‘잘 만드는 최고경영자(CEO)’라면 서울대 무역학과를 졸업한 최 사장은 ‘잘 파는 CEO’로 꼽힌다. 디지털미디어 총괄 사장 시절 이뤄 낸 ‘보르도TV의 성공 신화’가 대표적이다.

한편 1월 인사 때 ‘경영 일선에서 물러나는 것 아니냐’는 평가를 받았던 이기태 기술총괄 부회장(CTO)도 최근 대규모 연구개발 워크숍을 주재하며 활발한 행보를 보여 눈길을 끌고 있다.

물론 앞으로 황 사장이 다시 좋은 실적을 올린다면 여전히 가능성은 충분히 열려 있다. 이에 따라 현재로서는 ‘포스트 윤종용’과 관련해 누구도 쉽게 앞날을 점치기 어려워 보인다.

부형권 기자 bookum90@donga.com

김용석 기자 nex@donga.com

■ 삼성SDI도 인사-조직 개편…본사 조직 30% 감축

삼성그룹이 계열사들의 사업구조를 원점에서 재검토하는 가운데 플라스마디스플레이패널(PDP) 사업 부진으로 어려움을 겪고 있는 삼성SDI가 16일 인사 및 조직 개편을 실시했다. ▶본보 16일자 A2·B3면 참조

삼성SDI는 기존 경영기획실 경영지원실의 2실 체제를 폐지해 최고경영자(CEO)인 김순택 사장 직속 팀제로 전환하면서 본사 조직을 30%가량 감축했다.

삼성전자 기술총괄의 제조기술담당 김재욱 사장은 디스플레이사업부문장을 맡으면서 PDP사업부장과 충남 천안사업장장(長)을 겸임하게 됐다. ‘제조 기술의 달인’으로 불리는 김 사장은 앞으로 천안사업장에 상주하면서 PDP 사업의 조기 정상화와 차세대 디스플레이인 능동형 유기발광다이오드(AMOLED)의 양산 체제 확립에 주력하게 된다.

PDP사업부장이던 심임수 부사장은 실적 부진의 책임을 지고 일선에서 물러났다.

신임 브라운관사업부장에는 최고재무책임자(CFO)였던 이정화(전 경영지원실장) 부사장이 임명됐다.

삼성SDI는 올 1분기(1∼3월)에 영업적자 1102억 원으로 분기 기준 사상 최악의 실적을 냈고, 20일 발표되는 2분기(4∼6월) 실적도 좋지 않은 것으로 알려졌다.

부형권 기자 bookum90@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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