상원의원 셋중 한명 ‘쇠고기 이해관계’

  • 입력 2007년 7월 3일 03시 02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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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쇠고기 벨트

“마시슴니다, 마시슴니다.”

지난해 12월 3일 미국 북서부 몬태나 주 빅스카이. 제5차 한미 자유무역협정(FTA) 협상을 하루 앞두고 이 지역 출신 상원의원인 맥스 보커스 의원이 양국 협상대표단과 언론을 초청해 쇠고기 스테이크 시식행사를 가졌다.

‘각자가 다 미국 대통령’이라는 상원의원의 위세를 반납한 채 스테이크 조각을 연방 입에 넣으며 한국말로 ‘맛있습니다’를 연발한 그의 태도는 미국 ‘쇠고기 벨트’(상대적으로 대형 목장이 많은 미국 중서부 지역 10∼15개 주를 지칭) 출신 정치인들에게 쇠고기 시장 개방 문제가 얼마나 절박한 것인가를 보여 주기에 부족함이 없었다.

이미 몇 개월 전부터 워싱턴에선 한국의 미국산 쇠고기 수입 개방을 한미 FTA 비준의 사실상 전제조건으로 여기는 분위기다. 여전히 “쇠고기 문제와 FTA는 상관이 없다”고 자신하는 한국 정부 고위 관리들의 발언은 미국의 실정을 전혀 모르거나 일부러 외면한 것이 아닌가 싶다.

쇠고기 문제에 대해선 하원보다는 상원이 더 집착한다. 의원 100명으로 구성된 상원은 인구 수와 상관없이 50개의 주마다 2명씩의 의석이 배정된다. 쇠고기 산업의 비중은 작지만 이 문제와 직간접 이해관계를 맺고 있는 상원의원이 전체의 3분의 1을 넘는 이유다.

상·하원에는 각각 쇠고기 의원모임도 있다. 지난해 보커스 의원과 킷 본드(미주리) 의원은 각각 민주당과 공화당을 대표해서 98명의 동료 상원의원들에게 ‘쇠고기 모임’ 가입 서한을 돌린 바 있다.

본보가 5월 초 상원 재무위와 하원 무역소위 의원들을 상대로 실시한 설문조사 당시 ‘쇠고기 벨트’ 출신 의원들은 주저 없이 ‘FTA 반대’를 밝혔다. 현 상태에선 무조건 반대이며, 쇠고기 문제가 어떻게 처리되는지를 보고 태도를 바꿀 수 있다는 것이었다.

주말마다 트랙터를 몰고 농사를 짓는 ‘현역 농민’인 찰스 그래슬리(아이오와 주, 공화) 의원은 “쇠고기 문제가 풀리지 않으면 한미 FTA의 이득이 아무리 커도 비준동의안은 의회에 도착하는 순간 ‘죽은 문건’”이라고 단언하기도 했다.

지난해 조지 W 부시 대통령, 수전 슈워브 무역대표부(USTR) 대표, 이태식 주미대사 등에게 쇠고기 문제와 관련해 공식 서한을 보낸 미 상·하원 의원은 공동 서명자를 합쳐 80여 명이다.

이를 주도하는 보커스 상원의원은 FTA의 주무 상임위인 재무위의 위원장이다. 주무 상임위원장이 간곡히 반대 의견을 밝히면 대부분 따라준다.(김창준 전 미 하원의원의 설명)

특히 지난해 ‘뼛조각 파동’은 쇠고기 산업과 아무 관련 없는 의원들까지도 쇠고기 이슈에 관한 한 철저한 한국 비판론자로 변신시켰다.

쇠고기 업계의 의회 로비도 강하다. 미 쇠고기 업계는 “한국의 수입 쇠고기 시장을 독점하고 있는 호주, 뉴질랜드산에 비해 비육우인 미국산 쇠고기의 경쟁력이 훨씬 크다”고 주장하고 있다.

워싱턴=이기홍 특파원 sechepa@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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