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국민 사칭한 범국본의 상습 도심마비 시위

  • 입력 2007년 4월 10일 00시 41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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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 도심이 지난 주말 또다시 마비됐다. ‘한미 자유무역협정(FTA) 저지 범국민운동본부(범국본)’가 경찰의 집회 금지 결정을 무시하고 다른 단체 명의로 빌린 장소에서 사실상 불법 집회와 도로 점거 시위를 벌였기 때문이다. 작년 12월 이후 벌써 네 번째다. 이들의 상습적인 시위로 주말이면 서울 도심은 고성(高聲)과 교통 혼잡으로 몸살을 앓는다.

범국본이라는 단체가 무슨 명분과 권리로 이런 짓을 하는지 알기 어렵다. ‘범국민’이라고 하지만 대다수 국민은 한미 FTA에 반대하지도 않을뿐더러 그런 운동에 동의한 적도, 가입한 적도 없다. 대체 무슨 근거로 ‘범국민’이라는 이름을 갖다 붙이는가. 이는 명백히 국민을 사칭(詐稱)하는 행위다. 당장이라도 그 기만적인 이름부터 바꿔야 한다.

이번 집회에도 편법이 동원됐다. 폭력 시위 전력을 근거로 경찰이 집회를 허용하지 않자 민주노총 산하 단체인 철도노조가 허가를 받아 놓은 장소로 몰려가 집회를 한 것이다. 그동안 민주노동당이 해 오던 집회용 ‘명의 대여’를 이번에는 철도노조가 한 셈이다. 경찰은 편법 집회와 시위를 불법으로 간주해 책임자를 처벌하는 방안을 적극 검토해야 한다. 집회 허가를 받아 주기 위해 명의를 빌려 주는 단체에 대해서도 연대책임을 물어야 한다.

국회는 자유주의연대 등 13개 시민단체가 2월 청원한 집시법 개정을 적극 검토할 필요가 있다. 이들 단체는 교통을 심각하게 마비시키는 도심 집회를 금지하고, 50만∼300만 원 수준이어서 실효성이 없는 집시법의 벌금형 한도를 올리도록 요구하고 있다.

불법 집회와 시위로 시민과 도심 상인들이 겪는 불편과 불이익은 이루 말할 수 없을 정도다. 이로 인한 사회적 손실도 막대하다. 한국개발연구원(KDI)은 1월 대규모 집회와 시위의 연간 사회적 손실 비용이 국내총생산(GDP)의 1.53%에 해당하는 12조3000억 원이나 된다고 발표했다. 이런데도 정치권은 구경만 하고, 경찰은 엄포만 놓고 있다. 한미 FTA 비준 절차를 앞두고 더욱 극렬해질 집회와 시위를 막기 위해서라도 누군가는 나서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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