원금 깨지는 소리, 잠 못 자는 투자자…ELS 투자 비상

  • 입력 2006년 12월 14일 03시 04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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올해 1월 A 증권사에서 발행한 주가연계증권(ELS)에 1000만 원을 투자한 직장인 김명진(34) 씨는 요즘 속이 탄다. ELS는 개별 종목 주가나 코스피와 같은 주가지수에 연동돼 투자수익이 결정되는 상품.

김 씨의 경우 ELS 수익률이 기아자동차와 SK텔레콤 주가로 결정되는데 기아차 주가가 가입 당시의 절반 수준으로 떨어졌다.

만기까지 목표 주가에 이르지 못하면 원금도 못 건진다.

2월 B 증권사가 내놓은 ‘LG전자-우리금융지주 ELS’에 가입한 주부 이영숙(40) 씨도 LG전자 주가를 보면 조마조마하다. 가입 시점에 비해 33%나 떨어진 주가가 40%까지 확대되면 원금이 깨질 수도 있기 때문.

최근 수출, 정보기술(IT) 관련 대형주의 급락으로 ELS 투자에 비상등이 켜졌다. 주가 급락으로 원금 손실의 가능성이 커졌지만, 그렇다고 중도에 환매하면 수수료 부담이 커 이러지도 저러지도 못하는 상황이다.

○2500개 중 147개 원금 손실 위험 노출

국내에서 팔리는 ELS는 대부분 원금이 보장되지 않는다. 이 중 약 80%는 LG전자, 삼성SDI 등 개별 종목(기초자산)의 주가에 따라 투자수익이 결정된다.

한국증권선물거래소에 따르면 시가총액 기준 상위 100개 종목(유가증권시장) 중 연초 대비 12일 현재 종가가 30% 이상 떨어진 종목이 10개에 이른다. 40% 이상 떨어진 종목도 6개다.

이에 따라 원금 손실 위험에 놓인 ELS도 늘어나고 있다.

KIS채권평가 김윤철 연구원은 “만기까지 목표 주가(행사가)에 이르지 못하면 원금 손실이 날 ELS가 전체 2500여 개 중 147개”라고 말했다.

대부분의 ELS는 △가입 기간에 한 종목의 주가라도 ‘하락 경계선’(보통 ―40%) 밑으로 떨어진 적이 있고 △만기까지 행사가에 이르지 못하면 원금을 보장하지 않는다.

연초 대비 주가 하락률 상위 10개 종목 (단위: %)
종목주가하락률
글로비스58.48
기아자동차55.54
롯데미도파49.00
삼성SDI45.89
LG전자41.90
LG필립스LCD40.85
현대오토넷38.07
현대증권35.39
현대자동차34.04
엔씨소프트30.01
12일 종가 기준. 유가증권시장 시가총액 상위 100개 종목 대상. (자료: 한국증권선물거래소)

그러나 섣부른 환매는 바람직하지 않다고 전문가들은 조언한다.

수수료가 기준가의 5∼10%로 높은 데다, 만기에 행사가에 이르면 목표 수익률을 적용받을 수도 있기 때문이다.

여기에다 최근엔 만기에 가까워질수록 조기상환되는 행사가가 낮아지는 ELS도 많다.

그만큼 목표 수익률에 이를 가능성이 높은 것.

또 비록 만기에 행사가에 이르지 못해도 최종 수익률은 가입 기간의 최저 주가가 아닌 만기 주가로 적용받는 만큼 손실을 줄일 기회가 열려 있다.

○기초자산 종목 꼼꼼히 파악 후 투자를

ELS의 평균 투자수익률이 은행 금리(연 4, 5%)의 두 배 이상인 만큼 어느 정도의 위험 감수는 불가피하다.

KIS채권평가에 따르면 올해 상환된 1765개 ELS의 평균 수익률은 12.09%. 이 중 1661개(94.1%)는 만기 이전에 목표 주가에 도달해 조기 상환됐다.

이 때문에 저금리 시대의 고수익 투자처인 ELS를 피하기보다 기초자산 종목들과 ELS의 구조에 대해 꼼꼼히 파악한 뒤 투자하라고 전문가들은 조언한다.

미래에셋증권 장외파생운용본부 유지헌 차장은 “기초자산이 되는 종목들의 주가가 같은 방향으로 움직이느냐가 중요하다”며 “주가 변동성이 크면 목표 수익률이 높은 대신 원금 손실 위험도 크다”고 말했다.

자신이 감내할 수 있는 위험 정도와 투자기간에 대해서도 고민해야 한다.

보수적이라면 목표 수익률은 낮더라도 원금이 보장되는 하락 경계선이 ―40%가 아니라 ―50%인 상품에 투자하라는 것.

최근 판매되는 ELS의 만기는 2, 3년으로 다소 길며, 만기 이전에 목표 주가에 이르지 못하면 만기까지 자금이 묶인다는 점도 고려해야 한다.

이나연 기자 larosa@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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