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업들 “원-달러 환율 자고나면 추락…적자수출 걱정”

  • 입력 2006년 12월 5일 03시 05분


원-달러 환율이 9년 1개월여 만에 최저 수준인 달러당 927.60원에 마감한 4일 오후, 서울 중구 을지로2가 외환은행 본점 딜링룸에서 직원들이 외환 거래 모니터를 지켜보고 있다. 연합뉴스
원-달러 환율이 9년 1개월여 만에 최저 수준인 달러당 927.60원에 마감한 4일 오후, 서울 중구 을지로2가 외환은행 본점 딜링룸에서 직원들이 외환 거래 모니터를 지켜보고 있다. 연합뉴스
4일 달러화에 대한 원화 환율이 9년 1개월여 만에 가장 낮은 927.6원으로 떨어지면서 국내 기업에는 초비상이 걸렸다.

엔화에 대한 원화 환율도 3월 100엔당 830원대에서 최근 800원 아래로까지 급락해 국내 기업의 시름은 더 커지고 있다.

올해 처음으로 3000억 달러를 돌파하며 한국 경제를 외롭게 지탱해 온 수출이 환율 때문에 휘청거리고 있다.

○대기업들, “공든 탑 무너질라”

최근 삼성전자, 현대자동차, LG전자 등 주요 기업의 최대 관심은 환율이다.

삼성경제연구소는 내년도 원-달러 환율을 925원으로 예측하고 있어 삼성전자도 내년 환율을 920원 전후로 보고 사업계획을 세웠다.

그러나 현재 달러 약세의 추세로는 900원 붕괴 가능성도 낮지 않은 상황이어서 환율 예상 시나리오를 계속 수정하고 있다. 삼성전자는 원-달러 환율이 10원 하락할 때마다 연간 영업이익이 2000억 원씩 줄어들기 때문에 900원대가 깨지면 당초 예상했던 920원 때보다 4000억 원 이상 손실을 보는 셈이다.

주우식 삼성전자 IR팀장(전무)은 “내년 환율을 달러당 900원까지 낮춰 경영계획을 이미 짰다”면서 “(삼성전자가) 세계적 수출기업인 만큼 어느 제품군을 콕 집을 수 없을 정도로 모든 품목에서 환율 타격이 예상되는 ‘발등의 불’ 상황”이라고 말했다.

현대·기아자동차그룹의 사정도 마찬가지다. 현대차는 환율이 10원 하락하면 1200억 원, 기아차는 800억 원 정도 영업이익이 줄어든다.

일본 자동차 업계와 맞대결을 벌이고 있는 현대차그룹은 달러와 엔화에 대한 원화 환율이 동시에 떨어지자 이미 비상경영체제에 들어간 상태다.

원-달러 환율을 920원 전후로 보고 내년 사업계획을 잡고 있는 포스코, 현대중공업, GS, SK 등도 환율이 지금 같은 추세로 하락한다면 사업계획 수정이 불가피하다고 보고 있다.

현대차 측은 “지금도 힘든데 원-달러 환율이 900원 밑으로 떨어지면 사실상 적자수출을 각오해야 할 상황이어서 그룹이 정말 견디기 어려운 상황에 빠질 수도 있다”며 “정부와 노동계의 도움 없이는 내년 상황을 헤쳐 나가기 힘들 것 같다”고 말했다.

○중소기업 “더 견디기 힘들어”

미국에 전자기기 부품을 수출하는 부산 강서구 녹산동 B기업은 수출 주문이 전혀 반갑지 않다.

원-달러 환율이 떨어지면서 수출하는 만큼 적자폭도 늘어나기 때문이다. 매출액 300억 원 규모인 이 업체는 달러당 935원 정도가 손익분기점이어서 달러당 10원 정도 손해를 보고 있다.

경기 안산시의 자동차부품 수출업체인 C사도 바이어들이 주문을 위해 찾아오고 있지만 대부분 돌려보내고 있다. 올해 말까지 주문받아 놓은 물량만 채운 뒤 내년 환율을 봐 가며 주문을 받기로 했다.

한국무역협회 등에 따르면 수출을 주로 하는 중소기업의 70%는 “더는 견디기 힘들다”는 반응을 보이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특히 10개 기업 중 절반은 올해 신규 수주를 포기한 경험이 있는 것으로 조사됐다.

무역협회 관계자는 “중소기업은 대기업에 비해 환율 대응 능력이 크게 부족하기 때문에 달러당 900원마저 무너지면 내년에 도산하는 업체들이 속출할 것”이라고 전망했다.

석동빈 기자 mobidic@donga.com

주성원 기자 swon@donga.com

김선미 기자 kimsunmi@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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