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불쑥 신도시’ 어김없는 추병직 효과

  • 입력 2006년 10월 26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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추병직(사진) 건설교통부 장관이 코너에 몰렸다. 23일 신도시 건설계획을 밝히면서 집값 안정을 장담했지만 이를 비웃기라도 하듯 수도권에서는 투기열풍 조짐까지 보인다. 공급 확대라는 방향은 제대로 잡았지만 발표 과정에서의 졸속으로 문제가 커지고 있는 것이다.

민주노동당과 경제정의실천시민연합은 25일 “서민만 골탕 먹이는 투기 작전세력”이라며 그의 사퇴를 촉구했다. 여당 일각에서도 “사전에 당정협의도 하지 않았다”며 시선이 곱지 않다.

지난해 4월 취임해 최장수 건교부 장관의 기록을 이어가고 있는 추 장관은 이미 궁지에 몰려 있었다. 현 정부의 부동산정책 실패에 책임을 져야 할 정부 핵심인사 중 한 명인 데다 그동안 부적절한 언행으로 자주 구설에 올랐기 때문이다.

그는 지난해 8·31대책, 올해 3·30대책 등 각종 부동산정책을 내놓을 때마다 집값이 안정될 것이라고 했지만 부동산시장은 거꾸로 갔다. 23일에는 “요즘 집값 불안은 종합부동산세와 내년에 시행될 1가구 2주택에 대한 양도세 중과(重課) 등을 국민이 실감하지 못하고 있기 때문”이라며 정책 실패를 국민의 무지(無知) 탓으로 돌렸다.

건교부 정통관료 출신으로 당초 적잖은 기대를 모으던 추 장관의 실패는 지나친 ‘코드 추종’과 무소신 때문이라는 지적이 많다.

지난해 6월에는 “신도시를 계속 건설하겠다”고 하다가 청와대와 여당의 반발에 부딪치자 “신도시 건설은 검토한 바 없다”고 번복했다. 아파트 분양원가 공개에 대해서도 대통령의 말 한마디에 그동안의 방침을 바꾸었다.

또 올해 4월 지방 간담회에서는 주민들과의 설전(舌戰) 끝에 화를 참지 못해 서류를 집어던지고 나가 물의를 빚기도 했다.

이런 ‘악재’가 쌓인 가운데 나온 이번 사안의 후폭풍은 간단치 않을 것 같다. 상황 전개에 따라서는 추 장관의 거취 문제로까지 번질 수 있다는 전망도 나온다.

배극인 기자 bae2150@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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