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대차 해외서 비자금 세탁 펀드 통해 천억대 부당이득”

  • 입력 2006년 4월 5일 03시 27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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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대·기아자동차그룹이 정의선(鄭義宣) 기아자동차 사장의 경영권 승계 자금을 마련하기 위해 비자금을 해외에서 세탁한 뒤 국내로 들여와 투자회사를 통해 수백억∼수천억 원대의 부당이득을 챙긴 단서를 잡고 검찰이 집중 수사 중이다.

이에 따라 수사가 진전되면 정 사장의 사법처리는 물론 현대차그룹의 경영권 승계 구도에도 차질이 빚어질 가능성이 있다.

대검찰청 중앙수사부(부장 박영수·朴英洙)는 4일 현대차그룹의 비자금을 운용한 혐의를 받고 있는 윈앤윈21과 윈앤윈21 기업구조조정전문회사, 문화창투, 씨앤씨캐피탈, 큐캐피탈홀딩스 등 5개 투자회사를 압수수색했다.

검찰은 이들 회사 관계자를 현대차그룹 비자금으로 펀드를 운용해 정사장이 부당이득을 챙기는 데 개입한 혐의로 체포해 조사 중이다.

검찰이 지난달 26일 현대차그룹 본사 등에 대한 압수수색에서 비자금 이외에 추가로 ‘굉장한’ 단서를 포착했다고 3일 밝힌 것이 이 펀드 관련 자료인 것으로 보인다.

검찰은 정 사장이 현대차그룹의 순환출자 구조에서 지렛대 역할을 하는 기아차 지분(현재 2%)을 추가로 인수하는 데 필요한 자금을 마련하기 위해 현대차그룹 차원에서 이 같은 일을 한 것으로 보고 있다.

검찰에 따르면 현대차그룹은 글로비스 등 계열사를 통해 수백억 원의 비자금을 조성한 뒤 이를 동남아 지역 조세 피난처의 페이퍼 컴퍼니(서류상 회사)를 통해 세탁한 것으로 알려졌다.

현대차그룹은 이 자금을 국내로 들여와 펀드의 종자돈으로 사용한 것으로 알려졌다.

펀드를 운용한 5개 투자회사는 펀드자금을 주로 현대차 계열사의 주식과 채권 등에 투자하면서 그룹 기획총괄본부 핵심 간부들과 짜고 현대차그룹의 미공개 내부 정보를 미리 얻어 막대한 시세차익을 챙긴 것으로 검찰은 보고 있다.

검찰은 5개 투자회사 가운데 일부는 현대차그룹에서 기업 인수합병 관련 미공개 정보를 미리 제공받아 인수 예상 기업의 지분을 대량으로 매입한 뒤 현대차그룹에 해당 기업이 인수돼 주식가치가 올라가면 지분을 팔아 큰 차익을 얻기도 한 것으로 파악하고 있다.

이 차익은 대부분 펀드 주요투자자인 정 사장에게 흘러갔으며 정 사장은 이를 기아차 지분 인수 등 현대차그룹 경영권 승계를 위한 지분 확보에 사용하려 했던 것으로 전해졌다.

검찰은 현대차그룹이 이 같은 구도를 은폐하기 위해 정 사장 외에 현대차그룹과 관련이 있는 다른 인물을 투자자로 펀드에 참여시킨 정황도 포착했다.

검찰은 이날 체포한 5개 투자회사 관계자 가운데 일부에 대해 펀드 불법 운용에 개입한 혐의로 구속영장을 청구하기로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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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태훈 기자 jefflee@donga.com

정원수 기자 needjung@donga.com

전지성 기자 verso@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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