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크린쿼터 半으로 줄인다

  • 입력 2006년 1월 27일 03시 15분


코멘트
7월부터 극장의 한국 영화 의무상영기간(스크린쿼터)이 연간 146일에서 73일로 줄어든다.

한미 자유무역협정(FTA) 협상 시작의 전제 조건으로 미국이 요구해온 스크린쿼터 50% 축소를 한국 정부가 수용했다.

이에 따라 한국과 미국 정부는 다음 달 초 FTA 협상 시작을 공식 선언할 전망이다.

하지만 영화인들은 “정권퇴진 운동을 전개하겠다”며 강하게 반발했다.

한덕수(韓悳洙) 부총리 겸 재정경제부 장관은 26일 “세계무역기구(WTO) 통상협상, FTA 협상을 더 적극적이고 능동적으로 추진하는 것이 국가이익에 부합한다”며 “협상의 걸림돌이 돼 온 스크린쿼터를 줄이기로 했다”고 발표했다.

한 부총리는 “한국은 대외 의존도가 70%를 넘는 경제구조여서 세계적인 무역자유화의 대열에 동참하지 않으면 생존할 수 없다”며 스크린쿼터 축소의 불가피성을 호소했다.

그는 “스크린쿼터가 줄더라도 한국 영화가 실질적으로 100일 정도 상영될 수 있도록 지원하면 영화산업이 크게 위축되지는 않을 것”이라고 말했다.

이와 관련해 문화관광부는 영화제작사에 대한 연구개발(R&D) 보조금 지급 등의 내용이 포함된 영화산업 지원대책을 27일 발표할 예정이다.

문화부에 따르면 한국 영화의 시장점유율(관객 수 기준)은 2000년 35.1%에 불과했으나 ‘태극기 휘날리며’ ‘친구’ 등 히트작이 많아지면서 2005년에는 59.0%로 높아졌다.

그러나 ‘스크린쿼터 지키기 영화인 대책위원회’(공동위원장 안성기 정지영)는 이날 긴급 기자회견을 갖고 “스크린쿼터 축소 방침이 철회될 때까지 투쟁을 계속하겠다”면서 “정부가 일방적인 축소 방침을 강행하면 정권 퇴진운동도 불사하겠다”고 밝혔다.

대책위는 노무현(盧武鉉) 대통령 면담과 재경부, 문화부, 외교통상부 장관의 동반 사퇴를 요구하면서 “스크린쿼터가 정말 FTA에 저해가 되는지 대국민 토론회를 열어 논의하자”고 주장했다.

:스크린 쿼터:

영화산업을 보호한다는 취지로 영화 상영관이 연간 일정기간을 한국영화 상영에 할애하도록 의무화한 법조항. 1966년 제2차 영화법 개정 때 도입해 한국영화 발전에 크게 기여했다는 평가를 받았다. 하지만 미국은 자국 영화의 한국시장 진출 확대를 위해 스크린쿼터 축소를 요구해 왔다.

김두영 기자 nirvana1@donga.com

이승재 기자 sjda@donga.com

  • 좋아요
    0
  • 슬퍼요
    0
  • 화나요
    0
  • 추천해요

댓글 0

지금 뜨는 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