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3년 고속성장 멈춘 국순당 배중호 사장

입력 2005-11-04 03:05수정 2009-10-08 13:0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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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쟁자는 없었다. 차별화된 제품으로 시장을 공략했더니 반응은 폭발적이었다. 날개 돋친 듯 제품이 팔렸고 금고 안에는 돈이 쌓였다. 경쟁자가 없는 ‘블루 오션’ 개척에 성공한 결과였다. 하지만 하나, 둘 경쟁업체가 생기기 시작했다. 이제 시장은 피 튀기며 싸우는 ‘레드 오션’으로 변했다. 최고경영자(CEO)는 고민에 빠졌다. ‘자, 이제 어떻게 할 것인가.’ 이 회사의 제품은 전통주 시장의 개척자 격인 백세주이고 고민하는 CEO는 배중호(52) 국순당 사장이다. 3일 서울 강남구 삼성동 국순당 본사에서 그를 만났다.》

○ 성공마케팅의 표본이 된 백세주 신화

배 사장은 배상면 국순당 회장의 장남. 서울 용산고를 졸업하고 연세대 생화학과에 진학했다. 생화학과는 생물체 안에서 일어나는 화학 변화를 공부하는 곳. 술과 미생물의 변화 연구에 빠져 있던 아버지의 권유로 전공을 선택했다.

그는 1980년 국순당의 전신인 배한산업 연구소장으로 입사하며 백세주 개발의 다리를 놨다.

한약재를 섞고 생쌀을 가루 내어 발효시키는 ‘생쌀 발효법’을 이용한 백세주가 등장한 게 1992년.

출시 이듬해인 1993년 국순당 대표이사로 취임한 배 사장은 제품을 알리는 데 온 힘을 쏟았다.

“그때만 해도 약주 하면 저급하고 머리 아픈 술로 인식됐어요. 백세주는 그렇지 않다는 걸 알리는 게 중요했죠.”

남한산성 등 서울 주변의 외곽업소부터 공략한 ‘게릴라식 마케팅’과 업소별로 메뉴판을 색다르게 제공하는 ‘맞춤형 마케팅’으로 시장을 뚫었다.

일단 맛을 본 소비자들의 반응은 폭발적이었다. 1990년대 중반부터는 순한 백세주와 강한 소주를 섞어 마시는 ‘오십세주’까지 유행하며 탄탄대로를 달렸다.

백세주 신화는 지금도 각 대학과 연구소에서 대표적인 성공마케팅 사례로 연구되고 있다.

○ 성장이 멈추다

출시 이후 13년간 상승곡선을 그렸던 백세주는 지난해 처음으로 쓴맛을 봤다. 매출액과 당기순이익이 처음으로 전년보다 줄어든 것. 올해 들어 9월 말까지 매출액도 작년 같은 기간보다 13% 감소했다.

“원인을 찾는 중입니다. 경기가 나빠졌고 주5일 근무제로 소비가 줄었죠. 내부적으로 조직이 자만에 빠져 안주한 감도 있고요.”

여기에 전통주 시장에 새로운 강자들이 등장했다. 연 매출액 600억∼700억 원 규모의 복분자주와 연 300억∼400억 원 규모의 산사춘 같은 전통주가 시장을 파고들었다.

그는 “생물의 성장곡선을 보면 중간에 갑자기 크고 나중에 성장이 멈춰버리는 현상을 보인다”며 “우리가 바로 그 시점에 와 있는 것 같다”고 했다.

○ 새로운 블루 오션을 찾아서

배 사장은 요즘 여러 가지 실험을 하는 중이다.

올해 백세주의 병을 투명하게 바꾸는 리뉴얼을 했고 용량에도 변화를 줬다. 강장 오미자주, 오자주, 국순당 차례주 등 신제품 3개도 잇달아 내놨다.

지난달부터는 일본의 할인점 업계 1위인 ‘자스코’의 304개 전 점포에 입점해 일본시장 공략을 본격화하고 있다.

“백세주 하나만 갖고 모든 시장을 공략하는 건 무리라고 느껴집니다. 이제 생각을 바꿔야 할 시점이 온 것 같습니다.”

배 사장이 추진하는 제품 다양화와 판매처 다변화 전략이 위기극복으로 이어질지 주목된다.

김상수 기자 ssoo@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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