바닷가재 ‘몸값 역전’ 왜?…어획량 감소로 값 천정부지

  • 입력 2005년 10월 25일 03시 16분


《바닷가재나 전복 같은 해산물로 만든 음식은 고급 요리에 속한다. 그런 만큼 가격도 상당히 비싸 형편이 넉넉한 미식가가 아니면 맛보기 힘들다. 하지만 이들 해산물이 과거에도 값비싼 요리 재료로 꼽혔을까? 미국 텍사스A&M대 연구진은 무려 20만 개가 넘는 미국 내 레스토랑의 메뉴판을 이용해 이런 의문들에 대한 답을 내놨다. ‘천문학적 숫자의 메뉴판’들은 메뉴판을 수집하는 별난 취미를 가진 사람들 덕분에 구할 수 있었다.》

연구진은 1850년대부터 150년간 메뉴판에 적힌 음식값의 변화를 현재 가치로 환산해 분석했다. 연구 결과는 이번 주 덴마크에서 열리는 ‘수산자원 분포의 역사’ 회의에서 공식 발표된다. 영국 일간 더타임스가 24일 전한 내용은 이렇다.

▽과거엔 푸대접=1880년대 이전 미국에서는 바닷가재가 식당의 메뉴에 오르지 못할 정도로 홀대받는 수산물이었다. 값싼 바닷가재 샐러드에 들어가는 것이 고작이었다. 주 요리에 딸려 나오는 ‘쓰키다시’ 신세였던 셈이다.

그 시절 미국 가정의 하인들도 “일주일에 세 차례 이상 바닷가재를 먹기는 싫다”고 항의하는 일이 비일비재했다. 주인과 타협해 일주일에 두 차례로 줄이기도 했다. 연구를 이끈 글렌 존스(해양학) 텍사스A&M대 교수는 “예전에 바닷가재는 쓸모없는 해산물로 여겨졌다”고 말했다.

▽음식 가격 급등=바닷가재는 1850년대만 해도 1파운드(약 453g)에 지금 돈으로 2달러에 불과했다. 1880년대부터 사람들이 바닷가재에 맛을 들이기 시작하면서 품귀현상이 빚어졌고, 덩달아 값이 뛰기 시작했다. 1970년대에 이르면 1파운드에 30달러나 된다. 전복 역시 1920년대에는 한 접시에 7달러를 내면 맛볼 수 있었다. 지금은 50∼70달러를 들고 가야 한 접시를 주문할 수 있다. 특히 전복 요리 가격의 급등세는 이 기간 중 물가상승률보다 7∼10배나 더 높았다.

▽수산자원 고갈=이 요리들의 가격 급등은 남획과 그에 따른 재료의 품귀현상 때문이었다. 바닷가재는 1950년대 들면서 남획이 횡행하기 시작했다. 자연히 어획량도 줄어들었다. 북해의 대구도 1880년대에는 일부 어장에서 잡는 어획량만 5만 t이나 됐다. 지금은 북해 전체에 서식하는 대구를 모두 합쳐도 5만 t에 불과하다.

전복 음식값이 치솟은 것도 남획의 결과였다. 전복의 씨가 마를 처지에 이르자 미국 당국은 캘리포니아 주 근해에서의 전복 어획을 아예 금지시켰다.

이 진 기자 leej@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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