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년 9월부터 가공식품 모든 성분 표시제 실시

  • 입력 2005년 10월 19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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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부 이주희(30·서울 강동구 둔촌동) 씨는 식품을 살 때마다 포장지에 있는 성분 표시를 꼼꼼히 살핀다. 14개월 된 딸을 위해 ‘설탕’ 성분이 없는 것을 고른다. 하지만 이 씨가 고른 제품에 설탕이 정말 없는지는 알 수 없다. 전체 성분이 아닌 주요 성분만 표기하는 방식이기 때문이다. 하지만 내년 9월부터는 이 씨의 ‘설탕 걱정’이 상당 부분 덜어진다. 라면 과자 빵 등 가공식품의 성분 표기 기준이 전체 성분으로 강화되기 때문이다. 중국산 납 김치, 송어 말라카이트그린 검출 등 식탁 안전에 비상등이 켜지면서 이 씨처럼 식품 성분 표시에 관심을 갖는 소비자가 늘어나고 있다.》

○ 성분 표시 어떻게 바뀌나

식품의약품안전청은 올 3월 ‘식품 등의 표시기준’을 새로 고시하면서 내년 9월부터는 모든 성분을 표시하도록 했다.

지금은 함량 순서에 따라 5가지 이상만 적으면 된다. 실제로 제조업체들은 대부분 5가지성분만 표시한다. 이 때문에 5가지가 전체 성분인 것으로 잘못 아는 소비자들이 적지 않다.

식품뿐만 아니다.

식약청은 화장품 포장에도 내년 1월부터 전체 성분을 넣기로 하고 법안 개정을 추진하고 있다.

지난달 농림부 산하 수의과학검역원은 우유, 햄, 소시지 등 축산가공품에 대한 표시기준을 2007년부터 전체 성분 표시로 바꾸기로 했다.

열량 단백질 지방 탄수화물 등 영양성분 함량 표시품목도 내년 9월부터 대폭 확대된다. 기존 빵 라면 레토르트(즉석식품) 외에 케이크 도넛 과자 사탕 초콜릿 잼 음료 등도 영양성분을 표시해야 한다.

○ 성분표시 보고 가려먹는 시대 온다

정선자(49·여·서울 종로구 효자동) 씨의 자녀는 단백질 섭취를 가려서 해야 하는 선천성 대사효소결핍증(PKU·페닐케톤뇨증)을 앓고 있다.

정 씨는 “성분표시를 보고 식품을 선택할 수 없어 가공식품은 아예 먹이지 않는다”고 말했다.

전체 성분을 표시하면 특정 성분에 알레르기 반응을 보이는 사람, 고혈압 당뇨병 등 만성질환자들이 적지 않은 도움을 받을 수 있다.

지금도 우유 고등어 돼지고기 토마토 등 알레르기의 원인이 되는 식품은 원재료를 표기하지만, 알려진 것 이외의 성분에도 알레르기 반응을 보이는 사람이 적지 않다.

안양대 식품영양학과 길복임 교수는 “전체 성분표시가 정착되면 알레르기 환자가 섭취한 음식물을 들고만 와도 의사의 진단과 처방이 한결 빨라질 것”이라고 말했다.

○ 첨가물 수 줄이는 계기 될까

환경운동연합 이지현 국장은 “소비자들이 성분표시에 익숙해지면 생소한 성분이 들어간 제품을 기피할 것이고, 제조업체들은 이를 의식해 첨가물 수를 줄이려고 할 것”이라고 말했다.

복잡하고 난해한 성분 표시를 쉽게 고치는 노력도 중요하다.

예를 들어 라면 스프의 주요 성분인 ‘엘-글루타민산나트륨’을 아는 소비자는 거의 없다. 이 성분은 일반적인 화학조미료인 ‘MSG’다. 아이스크림에 있는 ‘글리세린지방산에스테르’는 기름과 물을 섞어주는 유화제다.

중앙대 식품공학과 박기환 교수는 “전체 성분을 표기하고 있는 미국에선 지방 함량이 기준치보다 높으면 빨간색으로 표시하는 등 표기방식을 더 강화하는 추세”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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허진석 기자 jameshuh@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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