광고업계 ‘파워지도’ 달라진다

  • 입력 2005년 10월 4일 03시 08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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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내 광고업계에 지각 변동이 일고 있다.

대기업들이 속속 계열 광고회사를 설립하는가 하면 광고제작과 매체대행을 분리해 맡는 전문화 경향도 나타나고 있다.

많은 광고물량이 신생 광고회사로 옮겨감에 따라 이르면 내년쯤 현재의 광고대행사 매출 순위가 크게 변화할 것이란 전망이 나온다.

○ 변화의 핵, ‘이노션’

5월 출범한 현대·기아차그룹 계열 광고대행사 이노션이 광고업계를 긴장시키고 있다.

정몽구(鄭夢九) 회장의 딸 정성이(鄭聖伊) 이노션 고문이 최대주주인 이 회사는 7월 기아 그랜드카니발 신차발표회를 주관한 데 이어 최근에는 현대 ‘투싼’ 광고로 주목받고 있다.

현대·기아차그룹은 지난해 광고비용으로 2131억 원을 쓴 초대형 광고주. 지난해 매출순위를 적용한다면 그룹 물량을 대거 넘겨받은 이노션은 단숨에 광고업계 8위로 뛰어오르게 된다.

반면 이 그룹의 광고를 도맡았던 금강기획은 지난해 광고 총취급액이 3853억 원으로 업계 3위였으나 이노션에 내준 올 7월에는 월 방송광고 매출 순위가 14위로 밀려났다. 같은 달 이노션은 11위였다.

이젠 ‘현대의 광고대행사’가 아닌 금강기획은 외국계 이미지를 부각하기 위해 내년부터 회사명도 ‘금강 오길비’로 바꾼다.

○ 계열 광고회사의 위력

2002년 12월 글로벌 커뮤니케이션그룹 WPP가 최대지분을 인수한 광고업계 2위 LG애드도 ‘3년 이면계약’이 끝나감에 따라 비슷한 시련을 겪고 있다.

LG애드를 매각했던 LG그룹이 올해 12월부터 광고물량을 거둬들일 가능성이 있기 때문. 이미 LG애드는 LG그룹에서 GS그룹이 분리되면서 상당수 GS그룹 물량을 잃었다.

1000억 원대의 광고물량을 가진 GS그룹은 광고기획과 제작을 ‘실버블렛’에, 옥외매체 광고와 프로모션을 ‘모투스 에스피’에 각각 맡기고 있다. 이들 회사는 허창수(許昌秀) GS그룹 회장의 삼촌인 허승표(許承杓) 회장이 대표인 영상프로그램 제작업체 ㈜미디아트의 관계사이다.

지난달에는 오뚜기가 계열 광고사인 ‘애드리치’를 세우고 500억 원의 자체 광고물량을 맡겨 조만간 업계 20위권에 진입할 전망이다.

○ 광고제작과 매체대행의 분리

대기업 계열 광고회사 설립과 별도로 최근 광고제작 또는 매체대행만을 전문으로 담당하는 ‘부티크 에이전시(중소형 광고전문회사)’의 활약이 눈에 띈다.

지난해 설립된 광고제작 전문회사 ‘크리에이티브 에어’는 최근 연예인 원빈과 김태희를 모델로 내세운 LG싸이언 광고로 큰 인기를 얻고 있다. ‘컴투게더’는 하우머치 동일하이빌 등의 광고를 제작했다.

‘미디어위빙’ ‘캐러트 코리아’ ‘피디에스미디어’ 등 신생 매체대행 전문 광고회사들도 매출순위 20위권을 넘나들고 있다.

한국광고단체연합회 김환(金煥) 차장은 “광고제작과 매체대행의 분화는 세계적 선진화 추세”라며 “하지만 대규모 물량을 앞세운 국내 계열 광고회사의 위력은 여전히 막강할 수밖에 없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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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선미 기자 kimsunmi@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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