넥슨, 경쟁사 게임 디자인 표절 파장

  • 입력 2005년 6월 21일 03시 14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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온라인 게임업체 넥슨이 최근 선보인 게임 ‘제라’(왼쪽)에서 경쟁사인 IMC게임즈의 게임 ‘그라나도 에스파다’의 이미지(오른쪽)를 표절해 물의를 빚고 있다. 연합
온라인 게임업체 넥슨이 최근 선보인 게임 ‘제라’(왼쪽)에서 경쟁사인 IMC게임즈의 게임 ‘그라나도 에스파다’의 이미지(오른쪽)를 표절해 물의를 빚고 있다. 연합
경쟁사의 게임 디자인을 베끼는 ‘표절’ 사례가 게임업계에서 처음으로 확인됐다.

그동안 한국 게임이 외국의 유명 게임 디자인을 베끼고 있다는 ‘의혹’은 수차례 제기돼 왔다. 이번에는 국내 유명 게임회사가 다른 국내회사의 게임 디자인을 그대로 도용한 것으로 나타났다.

국내 2위 게임업체인 넥슨은 20일 “역할수행게임(RPG) ‘제라’에 경쟁사인 IMC게임즈의 ‘그라나도 에스파다’ 게임 이미지 일부를 그대로 본떠 사용했다”며 사과의 뜻을 밝혔다.

‘제라’는 넥슨이 3년간 수십억 원의 개발비를 들여 최근 선보인 야심작이어서 파장이 더 크다.

○ 몸은 어른, 머리는 아이

넥슨은 이번 표절 사태에 대해 ‘경험 없는 디자이너의 실수’라고 해명했다. 영화 포스터에 해당하는 게임의 ‘콘셉트 이미지’를 그리면서 경쟁사의 그림 일부를 참조했다는 것이다.

하지만 외국에서 표절은 아무리 작은 부분이라도 법정소송으로 이어질 수 있는 ‘범죄 행위’다. 문제는 한국 업체들이 이런 주의를 기울이지 않는다는 것.

한국에서는 아직 표절이 제대로 처벌받은 경우가 드물기 때문이다.

비단 게임산업만의 문제가 아니다. 대중음악 등에서도 표절 논란이 계속되지만 법적 조치로 이어지지는 않는다. 그래서 ‘한국 가요는 비슷한 댄스곡뿐’이라는 불만이 나온다.

한국 게임에 대해 ‘비슷한 일본만화풍 그림에 중세를 배경으로 한 칼싸움과 미국 군인 스타일의 총싸움’이라는 불만도 마찬가지다.

한국게임산업개발원에 따르면 2004년 한국 게임산업 규모는 4조3156억 원에 이른다. 규모는 커졌으나 정작 장기적으로 게임산업의 경쟁력을 좌우할 독창적인 게임은 만들어지지 못했다.

○ 해결책은 무엇인가

게임업계에서는 표절이 발생하는 가장 큰 원인을 ‘기획력의 부재(不在)’라고 지적한다.

기획자가 게임 전체를 아우르는 시각을 갖고 디자이너에게 디자인을 지시해야 하는데 단순히 ‘예쁜 여자를 그려라’, ‘유행대로 만들어라’고 주문하는 것이 고작이라는 설명이다.

이 문제를 해결하려면 다양한 인력을 게임 제작에 참여시키는 것이 필수다. 좋은 게임을 만들려면 전문 디자이너, 작곡가, 프로그래머가 함께 기획하고 게임을 ‘종합 예술’로 만들어야 한다는 설명이다.

장준수(張準秀) 엔씨소프트 비주얼아트센터 이사는 “기획 단계에서 디자이너, 작곡가, 시나리오 작가가 함께하는 사전 작업에 투자해야 독창적인 게임이 나올 수 있다”고 말했다.

김상훈 기자 sanhkim@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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