美 GM-포드 추락이 아시아車 약진 탓?

  • 입력 2005년 5월 11일 02시 58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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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국 1, 2위 자동차업체인 제너럴모터스(GM)와 포드의 회사채가 ‘투자부적격등급’으로 추락하자 미국 일각에서 이를 아시아 자동차업체의 약진 탓으로 돌리는 ‘황화론(黃禍論)’이 고개를 들고 있다.

주로 일본 업체가 타깃이지만 한국 자동차업계도 바짝 긴장하고 있다.

● 미국서 고개 드는 ‘황화론’

영국 파이낸셜타임스는 7일 “미국 의회가 미국 자동차업계의 부진을 놓고 일본과 한국에 통화가치를 높이라는 압박을 가하고 있다”고 보도했다.

GM 본사가 자리 잡고 있는 미국 미시간 주 출신 마이크 로저스 의원을 중심으로 한 47명의 미 하원의원들은 6일 “일본 정부가 환율을 조작하고 있으므로 중국과 함께 ‘환율 조작국’으로 지정해야 한다”는 서한을 조지 W 부시 대통령에게 보냈다.

이런 미국 내 여론에 대해 외국업체 가운데 미국에서 가장 많은 차를 팔고 있는 도요타자동차는 민감하게 반응하고 있다. 1980년대 초반 일본차 수출이 늘었을 때처럼 미국에서 ‘불매운동’이 일어나거나 수입규제 정책이 나올 가능성도 있기 때문이다.

오쿠다 히로시(奧田碩) 도요타 회장은 최근 “미국 자동차업계의 경쟁력 강화를 위해 도요타자동차의 가격을 올릴 수도 있다”고 말했다.

●현대차 치켜세우는 도요타의 속셈

문제는 미국시장 점유율을 2001년 3.3%에서 지난해 4.1%로 끌어올리며 약진하는 현대차도 화살을 맞을 가능성이 있다는 점이다.

특히 현대차는 도요다 쇼이치로(豊田章一郞) 도요타 명예회장이 최근 “현대차는 디자인과 성능이 뛰어나고 가격이 저렴해 일본시장에서도 승산이 있다”며 현대차를 치켜세운 것을 예사롭지 않게 보고 있다.

도요타가 미국의 비판 여론에 현대차를 끌어들이고 있다고 판단하기 때문이다. 실제로 미국 언론들은 20일 미국 앨라배마 공장 준공을 계기로 연일 현대차를 ‘넥스트 도요타(도요타의 다음 주자)’로 보도하고 있다.

위기를 느낀 현대·기아차그룹 최한영(崔漢英) 전략조정실장(사장)은 10일 갑자기 기자간담회를 갖고 “현대차는 생산성과 브랜드 가치 등에서 도요타와 비교하기는 이르다”고 스스로를 낮췄다.

최 사장은 “현재 세계 7위인 현대차가 5위권에 진입하는 데에는 오랜 시간이 걸릴 것이며 GM, 포드 등에 위협이 되는 업체가 아니다”라며 ‘과대평가’를 경계했다.

지난해 현대·기아차의 매출은 42조7290억 원, 순이익은 2조4750억 원. 매출 18조5500억 엔(약 176조2250억 원), 순이익 1조1700억 엔(약 11조1150억 원)인 도요타에 비해 각각 24.2%, 22.3% 수준이었다.

박중현 기자 sanjuck@donga.com

주성원 기자 swon@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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