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나로텔레콤 “휴대인터넷 손뗍니다”

  • 입력 2005년 4월 26일 02시 51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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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나로텔레콤이 휴대인터넷(와이브로) 사업권을 포기했다. 1월 31일 사업자로 선정된 지 3개월 만이다. 이에 따라 내년 상반기로 예정된 와이브로 서비스 사업자는 KT와 SK텔레콤만 남았다. 하나로텔레콤은 25일 서울 중구 본사 사옥에서 외국인 대주주인 뉴브리지와 AIG 등에서 총 6명의 이사가 참석한 가운데 이사회를 열어 와이브로 사업 포기를 결정했다. 당초 일정에 따르면 하나로텔레콤은 사업자 선정 후 3개월 되는 시점인 이달 29일까지 1170억 원의 출연금을 납부하고 사업허가서를 교부받을 예정이었다. 정통부가 선정한 기간통신사업자가 출연금을 납부하지 않고 사업권을 자진 철회한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왜 포기했나=하나로텔레콤 측은 포기 이유에 대해 “주력 사업인 초고속 인터넷 사업에 집중하기 위해서”라고 밝혔다.

권순엽(權純燁) 하나로텔레콤 부사장은 “초고속 전국망 사업자인 파워콤이 7월부터 소매인 초고속인터넷 시장에 진출할 예정이고 저가 상품을 내세운 케이블TV 사업자들이 계속해서 시장을 잠식하고 있는 상황”이라고 설명했다.

뉴브리지와 AIG 등 외국 대주주들은 대규모 투자가 필요한 와이브로 사업의 수익성에 회의적인 시각을 보인 것으로 알려졌다. 통신업계에선 와이브로 사업에 줄잡아 5000억∼1조 원의 투자가 필요한 것으로 보고 있다.

하나로텔레콤 측은 “돈이 없어서 포기한 것은 아니다”라고 강조했다. 하나로텔레콤은 현재 5900억 원의 자금을 확보하고 있다. 두루넷 인수에 필요한 4200억 원을 빼도 1700억 원의 현금이 남는다는 것. 여기에 신디케이트론 등 언제든 인출할 수 있는 자금 4300억 원이 있다고 했다.

하지만 3.5세대 이동통신 서비스인 고속다운링크패킷접속(HSDPA) 서비스 등 와이브로와 유사하면서 속도는 더 빠른 차세대 기술이 예정보다 빨리 상용화를 앞두고 있다는 점이 사업 포기의 배경이라는 분석도 많다.

▽어떻게 될까=내년 상반기 상용화에 들어갈 와이브로 시장은 각각 유선과 무선에서 최대 사업자인 KT와 SK텔레콤의 양강 구도로 굳어지게 됐다.

하지만 KT는 사업 추진 의지를 계속해서 내비치는 데 비해 SK텔레콤은 올해 와이브로 관련 투자가 없다고 밝히는 등 다소 부정적인 움직임을 보이고 있다.

통신업계에선 KT만 와이브로 사업에 나설 가능성이 높은 것으로 보고 있다.

김동수(金東洙) 정통부 정보통신진흥국장은 “하나로텔레콤이 포기한 것은 유감이지만 제조업체를 중심으로 와이브로 단말기와 네트워크 등 준비작업이 순조롭게 진행되고 있기 때문에 와이브로 서비스에는 문제가 없다”고 밝혔다.

▽증시 반응=하나로텔레콤의 와이브로 사업권 포기에 대해 증권가에선 단기적으로 긍정적이라는 평가가 우세했다.

하나로텔레콤의 주가는 이날 전날보다 7.36% 오른 2770원에 장을 마쳤다. 불확실한 사업에 대한 대규모 투자가 사라졌다는 게 이유. 그러나 당장 돈이 되는 사업에 집중하는 게 장기적으로 긍정적인지에 대해 회의적인 시각도 나오고 있다.

홍석민 기자 smhong@donga.com


■와이브로

무선을 이용한 초고속 휴대인터넷 서비스로 ‘Wireless Broadband Internet’의 약자. 노트북PC나 휴대전화 등의 단말기를 이용해 시속 60km로 달리는 차안에서도 초고속 인터넷 서비스와 유사한 속도로 인터넷을 쓸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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