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李부총리 사퇴]“실용주의 정책” VS “경기 되살리기 부진”

  • 입력 2005년 3월 7일 18시 03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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취임 1년여 만에 물러난 이헌재(李憲宰) 부총리 겸 재정경제부 장관에 대한 평가는 긍정과 부정이 엇갈린다.

그러나 성장과 분배를 적절히 안배한 정책운영으로 시장에 안정감을 주고 취임 초 대통령 탄핵 사태 등 국정 혼란기에 신속히 대처했다는 점에서 비교적 후한 평가가 많다.

반면 취임 이후 20여 개의 경기대책을 쏟아내고도 아직 내수회복의 뚜렷한 성과를 내지 못했고, 각종 정책을 추진하는 과정에서 여당, 청와대 등과의 갈등으로 리더십이 흔들리기도 했다는 점은 아쉬운 측면이다.

이 부총리의 공(功)으로 우선 거론되는 것은 취임 당시 국내 금융시장의 메가톤급 악재였던 LG카드 사태를 무난히 해결하고 배드뱅크 등 각종 신용불량자 대책을 조기에 실행해 시장의 불안감을 걷어냈다는 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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또 심각한 경기침체 상황에서 경제정책의 사령탑에 올라 당시 ‘분배우선’ 목소리가 강했던 현 정부의 경제정책 방향을 실용주의로 돌려놓는 데 일정부분 기여했다는 평가도 받는다.

작년 말에 내놓은 벤처기업 활성화 대책은 빈사상태에 빠져 있던 코스닥 시장을 다시 일으켜 경기회복의 기반을 마련했다는 시각도 있다.

그러나 일자리 창출 종합대책, 건설경기 연착륙 방안 등 각종 경기 대책을 쏟아내고도 뚜렷이 경기를 회복시키지 못했다는 지적도 있다.

특히 일자리창출 종합대책은 ‘일자리 40만 개 창출’이라는 양적 목표는 달성했지만 청년실업률 증가, 비정규직 양산 등 질적인 면에서는 그리 큰 효과를 거두지 못했다.

이 부총리는 청와대, 국회, 정치인 출신 장관 등에 의해 리더십이 흔들리는 모습을 자주 보이기도 했다.

작년 말 1가구3주택 양도세 중과제도 시행연기를 검토한다고 여러 차례 언급했으나 청와대의 강한 반대에 부닥쳐 결국 자신의 의견을 접어야 했다. 이 과정에서 시민들은 보유주택을 시장에 매물로 내놨다가 거둬들이는 등 혼란을 겪었다.

개인적으로는 과거 재경부 장관을 지내고 ‘야인(野人)’으로 있던 기간에 국민은행으로부터 월 500만 원씩 자문료를 받은 사실이 뒤늦게 알려져 한때 사임설이 나도는 등 구설수에 오르기도 했다.

김창원 기자 changkim@donga.com

▼재경부 정책 차질없을까…세제개혁등 일부 내용 조정될수도▼

이헌재 부총리 겸 재정경제부 장관이 사퇴함에 따라 재경부가 추진하는 경제정책의 방향은 어떻게 변화할까.

전문가들은 현 정부 경제팀의 수장(首長)이 교체되는 만큼 일정부분 영향을 받기는 하겠지만 이 부총리가 추진해오던 경기활성화 정책의 큰 방향은 유지될 것으로 전망하고 있다.

현재 재경부는 △종합투자계획 △서비스업 발전 방안 △동북아 금융 중심지 구축 △중장기 세제(稅制) 개혁 △신용불량자 문제 마무리 △임대주택 활성화 △자영업자 대책 등의 정책을 추진하고 있다.

정부는 조만간 종합투자계획을 위한 구체적인 사업계획을 확정지을 계획이다.

종합투자계획은 민간의 여유자금을 끌어들여 사회간접자본(SOC)과 사회복지시설 등에 대한 투자를 늘리기 위해 마련된 정책이다.

종합투자계획의 필요성에 대해서는 폭넓은 공감대가 형성돼 있고 마무리 작업만 남아있는 상황이어서 경제부총리가 교체돼도 당초 계획대로 추진될 것이란 전망이 우세하다. 다만 지방자치단체와 지방 건설사 등의 참여가 필수적인 만큼 후임 경제부총리 임명이 늦어진다면 지방 순회 설명회 등 세부 일정이 지연될 수 있다.

이달 발표된 생계형 신용불량자에 대한 지원방안도 최근 대통령 업무보고에서 노무현(盧武鉉) 대통령이 만족감을 표시한 만큼 큰 변화는 없을 것으로 보인다. 중장기 세제 개혁 등 일부 민간 전문가가 반대 의견을 보이는 정책은 후임 부총리의 성향에 따라 정책의 세부 내용이 달라질 가능성도 있다.

정부는 현재 1가구 1주택자의 양도세와 세금우대저축 등에 대한 비과세 혜택을 점진적으로 축소하는 방향으로 세법을 개정할 계획이다.

김동열(金銅烈) 재경부장관정책보좌관은 7일 이 부총리 사임 직후 “정책의 기본 흐름이 바뀌진 않겠지만 후임 장관에 따라 정책의 방향이 조금씩 달라질 수도 있다”고 말했다.

외국계 투자은행인 씨티그룹 유동원(劉東원) 상무는 “정부의 경제정책이 시장친화적이었던 만큼 신임 부총리가 성장 지향적인 인물이어야 지금의 안정적 기조가 유지될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홍수용 기자 legman@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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