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민들레 영토’ 지승룡대표 “개성상인이 샤갈을 만난거죠”

  • 입력 2005년 2월 20일 18시 11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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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제는 도시인의 대표적인 문화공간으로 자리 잡은 카페 ‘민들레 영토’의 출발은 초라했다. 1994년 지승룡(池昇龍·49·사진) 대표가 노점상을 해 번 돈 2000만원으로 빌린 서울 서대문구 신촌의 10평짜리 무허가 건물이 창업 터전이었다.

하지만 민들레 영토는 이제 전국에 21개 점포를 갖고 있고 연간 150억여 원의 매출을 올리는 ‘왕국’으로 성장했다. 또 올해는 미국 중국 등지로의 진출도 추진하고 있다. ‘한국판 스타벅스’의 탄생을 기대하는 목소리도 나오고 있다. 해외 외식업체의 공세, 외환위기와 오랜 내수(內需) 침체의 시련을 이겨낸 민들레 영토의 성공 비결은 뭘까.

15일 서울 종로구 동숭동 대학로 소재 민들레영토에서 지 대표를 만났다. 은은한 향을 내뿜는 ‘유자차’를 사이에 두고 지 대표는 ‘마더(Mother) 마케팅’이 성공의 원동력이었다고 소개했다. 어머니와 같은 ‘사랑’을 팔아 ‘감동’을 준다는 의미다.

지 대표는 “외로운 현대인에게 가장 필요한 것은 조건 없는 헌신”이라며 “자식을 생각하는 어머니처럼 고객이 원하는 것이 무엇인지 늘 생각했다”고 말했다.

민들레영토에서는 찻값을 따로 받지 않는다. ‘문화비’를 내면 다양한 종류의 음료를 얼마든지 리필해 마실 수 있다. 조용히 자신만의 시간을 만끽할 수 있다.

지 대표는 또 외환위기가 한창이던 때 손님들에게 무료로 자장밥을 돌렸다. 손님과의 ‘인생 상담’도 마다하지 않았다.

손님들의 반응은 놀라웠다. 개업 첫날 2명이던 손님이 한 달 만에 100명이 됐다. 민들레 영토 신촌 본점이 서울시 도시계획으로 1997년 헐릴 위기에 처했을 때에는 주변 대학 학생들이 나서 이를 철회시켰다.

최근에는 삼성전자의 교육담당자나 정창영(鄭暢泳) 연세대 총장이 한 수 배우겠다며 찾아오기도 했다.

지 대표는 목사 출신이다. 그런데도 자신을 ‘개성상인’이라고 잘라 말했다. “아버지가 개성 출신이라 장사꾼의 피를 타고난 것 같습니다. 다만 장사에서 ‘감성’을 중시한다는 게 보통 장사꾼과 다른 것 같아요. 샤갈을 만난 개성상인이라고 할까요.”

김현수 기자 kimhs@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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