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수 문제없나? 괴자금 어디로?…한화 ‘대생인수’ 막바지 수사

  • 입력 2005년 1월 31일 18시 22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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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화그룹의 대한생명 인수비리 사건에 대한 수사가 막바지로 치달으면서 컨소시엄 구성 적정성 및 정관계 로비 의혹의 전모가 드러나고 있다.

▽입찰방해로 볼 수 있나=31일 대검찰청 중앙수사부(부장 박상길·朴相吉)에 따르면 한화는 호주 매쿼리생명에 대한생명 지분 3.5%의 인수자금 2615만 달러(약 311억 원)를 빌려줬지만 정상적인 금전임대차 거래를 한 것은 아니었다.

이 돈이 매쿼리에 간다는 사실을 감추기 위해 곡물 수출입 회사인 ‘번기 싱가포르’를 통해 곡물 수입대금으로 속여 건넸다는 것.

1년여 뒤인 2003년 12월 매쿼리는 보유하고 있던 대한생명 지분 3.5% 전량을 한화건설에 311억 원에 되팔았다. 결과적으로 매쿼리는 이름을 빌려주는 대신 대한생명 운용자산의 3분의 1(약 1조3000억 원)에 대한 운용권을 확보했다.

또 한화는 매쿼리가 인수에 참여하면서 지출한 변호사 비용, 세금 등 제반 비용을 모두 부담하기도 했다.

이 모든 과정이 한화와 매쿼리가 2001년 12월 및 2002년 10월에 맺은 2차례의 이면계약에 따라 이뤄졌다는 것이 검찰의 설명이다.

이 때문에 검찰은 ‘한화가 투자 의사가 없었던 매쿼리를 전략적 투자자인 것처럼 위장함으로써 공적자금운영위원회를 속이고 공정한 입찰을 방해했다’고 판단하고 있다.

검찰의 수사 결과가 사실이라면 ‘한화의 대생 인수효력’에 대한 시비로 번질 수 있어 앞으로 논란이 계속될 것으로 보인다.

이에 대해 한화 측은 “당시 정부의 인수희망자 평가항목에 외국 생보사 참여 여부는 없었고, 매쿼리를 끌어들인 것은 선진 생보사를 경영 파트너로 확보하기 위한 한화 자체의 필요성 때문이었다”며 “따라서 ‘정부를 속였다’는 주장은 말이 안 되며 이 문제가 제기되면 법정에서 다툴 것”이라고 말했다.

▽비자금 얼마나 만들어져 어떻게 쓰였나=검찰은 2002년 8월 이후 한화가 사채시장에서 국민주택채권 87억5000만 원어치를 사들인 사실을 밝혀냈다. 이 가운데 60억 원어치는 2002년 대선 전 여야 정치권에 유입된 사실이 대선자금 수사 때 확인됐다.

이번 한화 수사를 하면서 20억 원어치를 김승연(金升淵) 한화그룹 회장이 개인적으로 지인에게 빌려주거나, 회사에 보관 중이라는 사실이 추가로 밝혀졌다.

1억 원은 이부영(李富榮) 전 열린우리당 의장 측에 간 것으로 검찰은 보고 있으며 나머지 6억5000만 원어치의 행방은 아직 확인되지 않았다.

조수진 기자 jin0619@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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