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실험실 벤처’ 서울대 박희재교수, 80억 출연

  • 입력 2005년 1월 30일 18시 1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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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공계 살리기’를 위해 80억 원 상당의 학내 벤처기업 주식을 내놓은 박희재 서울대 기계항공공학부 교수. 동아일보 자료 사진
‘이공계 살리기’를 위해 80억 원 상당의 학내 벤처기업 주식을 내놓은 박희재 서울대 기계항공공학부 교수. 동아일보 자료 사진
《‘대학 실험실 창업벤처 1호’인 에스엔유(SNU)프리시젼의 대표 박희재(朴喜載) 서울대 공대 기계항공공학부 교수가 80억 원대의 사재를 털어 ‘이공계 살리기’에 나섰다. 박 교수는 자신이 보유한 이 회사 주식 100여만 주 중 10%인 10만 주를 최근 서울대 공대에 기부했다고 30일 밝혔다. 이는 28일 코스닥 종가(1주 8만200원) 기준으로 80억여 원에 이르는 거액.》

박 교수는 “이 기금은 이공계 교수와 학생들이 연구개발한 제품들을 상품화하는 데 지원될 것”이라며 “이들이 구체적인 비전을 갖고 연구에 매진하는 데 도움이 됐으면 한다”고 말했다.

서울대 공대는 회의를 거쳐 이 기금을 회사와 박 교수의 이름을 딴 ‘에스엔유프리시젼-박희재 연구기금’으로 명명하고, 심사위원회를 구성해 교내 실험실에서 나온 제품의 국내외 특허 출원을 위한 지원 등에 사용하기로 했다.

박 교수는 “다양한 산학협력 활동이 진행되고 있는 것 같지만 실제로 연구물들이 시장에 나오지 못하고 논문으로만 남는 경우가 대부분”이라며 “이는 정부나 대기업의 연구지원금이 연구단계에 국한되기 때문”이라고 지적했다.

그가 이 회사를 설립한 배경에도 이 같은 현실이 영향을 미쳤다. 이 회사는 1998년 2월 박 교수와 서울대 공대 기계항공공학부 대학원생들이 창업했다. 초박막트랜지스터 액정표시장치(TFT-LCD) 정밀측정 장비를 만드는 업체로 현재 세계 시장점유율 1위이다.

박 교수는 “아이를 낳았으면 길러보고 키워보는 재미도 있어야 하는데 현실은 아이를 낳는 과정만을 반복시키고 있다”며 “연구개발자의 입장에선 구체적인 생산계획 등이 보여야 더 의욕이 생기기 마련이라 동료와 후배들에게 그 계기를 만들어 주고 싶었다”고 말했다.

한민구(韓民九·전기공학부) 서울대 공대 학장은 “대학에서도 제품 개발, 수익성 창출을 상업적인 시각으로 볼 것이 아니라 응용과학과 실용학문 분야에서는 국가경쟁력 확보라는 측면에서 이를 적극적으로 육성할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한 학장은 “힘들여 연구한 신기술이나 우수제품이 학술지 등에 공개되면 실제 특허 출원이나 사용은 다른 나라, 다른 기업이 발 빠르게 차용하는 것이 현실”이라고 지적했다.

한편 박 교수는 앞으로의 회사 운영과 관련해 “코스닥 등록 회사가 된 만큼 모든 의결 과정을 주주들과 함께 협의해 진행할 것”이라며 “앞으로 연구개발에 매출액의 10%를 고정적으로 투자할 것”이라고 말했다.

그는 또 “이번 주식 기증은 회사 창립 당시부터 생각해 왔던 것으로 주가에는 영향이 없도록 했다”고 덧붙였다.

김재영 기자 jaykim@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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