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입력 2004년 11월 19일 18시 07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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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해 한국 경제가 3.1%의 저성장에 머물렀고 특히 작년 3·4분기 성장률이 2.4%에 그쳤던 점을 감안하면 올 3·4분기 성장률 4.6%는 ‘낙제점’ 수준이라는 지적이다.
4%대 성장률은 잠재성장률(물가상승을 유발하지 않고 달성할 수 있는 성장률) 수준인 5%를 밑도는 것이다. 경기가 예상보다 빠르게 냉각되고 경제 활력을 잃어가고 있다는 뜻이다.
고유가와 환율 급락으로 수출은 더 어려워질 것으로 전망되고 갈팡질팡하는 정부 정책으로 소비와 투자 부진이 지속되면서 장기 침체 가능성을 걱정하는 목소리도 높아지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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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출과 소비, 투자’ 모두 부진했다=정부가 올해 들어 재정지출 확대, 특별소비세 인하, 콜금리 인하 등 내수 부양을 위해 다양한 금융 재정정책을 잇따라 내놓았지만 투자와 소비는 제자리걸음을 하거나 뒷걸음질쳤다.
특히 3·4분기 민간소비의 둔화는 예상 밖이다. 한국은행은 추석 대목이 있는 3·4분기에는 민간소비가 살아날 것으로 기대했지만 결과는 2·4분기(―0.6%)보다 더 나빴다.
1998년 4분기 연속 마이너스를 기록했던 것보다 소비 부진이 더 심각한 상황이다.
설비투자는 전년 동기 대비 6.7% 증가하면서 외견상 2분기 연속 증가했다. 그러나 이는 비교 시점인 작년 3·4분기의 부진(―5.0%)에 따른 반사효과라는 지적이다.
실제로 전 분기 대비 설비투자 증가율은 ―4.8%였다. 설비투자가 줄었다는 뜻이다.
건설투자도 공업 및 상업용 건물 건설이 감소하면서 1.5% 증가하는 데 그쳤다. 올해 1·4분기(4.1%)와 2·4분기(3.8%)에 이어 감소세가 뚜렷해졌다.
이헌재(李憲宰) 부총리 겸 재정경제부 장관도 “건설경기 위축이 빠르게 확산되고 있다”고 우려했다.
수출은 올 상반기 30% 가까이 증가하면서 5% 성장률을 유지하는 견인차 역할을 했지만 이런 증가세가 3·4분기에는 10%대로 뚝 떨어졌다.
반도체의 경우 2·4분기 64.7%에서 3·4분기 28.4%로, 기계류도 57.0%에서 36.9%로 수출증가율이 크게 둔화됐다. 이에 따라 수출의 성장 기여율은 전 분기 85.1%에서 81.9%로 낮아졌다.
최근의 환율 하락 추세를 감안하면 4·4분기 수출 둔화폭은 더 커질 것으로 우려된다.
한은 변기석(邊基石) 경제통계국장은 “수출 둔화를 내수부문이 메워줘야 했는데 결과적으로 소비가 더 위축돼 그러질 못했다”고 설명했다.
▽장기 침체 가능성 높아져=정부는 하반기 경제성장률이 당초 예상보다 빠른 속도로 하락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나자 곤혹스러워하고 있다.
정부는 ‘경기 급랭’을 막기 위해 건설경기와 일자리 창출 관련 예산을 가급적 빨리 집행할 계획이지만 소비와 투자가 살아날지는 미지수다.
삼성경제연구소 정문건(丁文建) 전무는 “고유가 및 환율 하락 등 대외 경제 여건이 점차 악화하는 데다 국내 소비도 살아날 기미를 보이지 않아 ‘L’자형 장기침체를 걱정해야 할 상황”이라고 말했다.
금융연구원 최공필(崔公弼) 연구위원은 “국내 소비와 투자가 부진한 데는 정부정책의 불투명성 및 여야 정치권의 끊임없는 대립과 갈등 등 비(非)경제적 요인이 적지 않은 영향을 미쳤다”고 지적했다.
이강운기자 kwoon90@donga.com
신치영기자 higgledy@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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