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환율 1110원대 붕괴]“유학자금 송금 가급적 늦추세요”

  • 입력 2004년 11월 8일 17시 56분


코멘트
《미국 달러화에 대한 원화 환율이 가파르게 하락하고 있다. 5월 중순 1180원 선이었던 원-달러 환율은 불과 6개월 만에 1105원 선으로 6.4% 떨어졌다. 환율이 하락(원화가치는 상승)하자 수출기업들은 걱정이 태산이다. 달러로 표시되는 한국 제품의 현지 가격이 올라 가격경쟁력이 떨어지기 때문이다. 국제화시대를 살고 있는 개인들도 적지 않은 타격을 받고 있다. 환율이 떨어지면 달러화나 달러로 표시된 재산의 값어치가 그만큼 줄어든다.》

▽환(換) 테크=재테크 전문가들은 원-달러 환율 하락세가 이어지는 상황에서는 가급적 달러를 일찍 팔고 늦게 사는 것이 유리하다고 권고한다. 예컨대 유학생 자녀를 둔 부모들은 달러 송금시기를 늦추는 것이 좋다는 것.

조만간 해외여행을 할 경우 당장 필요한 자금만 달러로 바꿔 나가고 나머지 금액은 현지에서 신용카드로 결제하는 것이 낫다.

반대로 해외에서 쓰고 남은 달러가 있다면 귀국하는 즉시 원화로 바꿔놓는 게 좋다. 이른바 ‘장롱 달러’도 이 기회에 원화로 바꾸는 것을 고려해 볼 만하다.

환율 하락으로 달러 표시 외화예금 가입자도 비상이 걸렸다. 외화예금은 금리가 2%대로 대체로 낮은 편이지만 만기 때 환율이 가입 때보다 올라 환차익이 생길 것이라는 기대에서 가입한다.

조흥은행 서춘수 재테크팀장은 “최근 환율이 급락하면서 외화예금 가입자 가운데 원금 손실이 우려되는 경우가 나타나고 있다”면서 “현재로선 환차익을 기대하기 어렵고 환전수수료도 만만치 않기 때문에 외화예금 가입은 일단 지켜보는 것이 좋다”고 말했다.

일부 은행은 환율이 떨어질 때 입는 환차손을 일부 보전해주는 예금 상품을 선보이고 있다.

해외펀드에 가입할 때는 원금보장형이나 환율 하락에 베팅하는 상품을 고르는 게 유리하다. 가입하려는 해외펀드가 환율 변동 위험에 대비해 선물환 계약을 해뒀는지도 따져보는 게 좋다.

▽환율 하락 배경과 환율 전망=최근의 환율 급락세에 대해 전문가들은 “이렇게까지 떨어질 줄은 몰랐다. 앞으로 얼마나 더 떨어질지 모르겠다”는 반응이다.

최근 환율 하락 추세는 국내 요인보다 국제적인 요인의 영향이 크다는 진단이다.

한화증권 홍춘욱 투자전략팀장은 “국제 외환시장에서 달러를 사고파는 딜러들이 ‘미국이 무역수지 적자와 재정적자라는 쌍둥이 적자에서 벗어나려면 달러 약세를 용인하지 않을 수 없을 것’이라고 한결같이 믿고 있다”며 달러 약세가 당분간 이어질 것으로 전망했다.

올 5월까지만 해도 ‘유로 강세’로 대표되던 달러 약세 흐름이 최근에는 원화 엔화 등 아시아 통화의 강세로 방향을 틀었다는 설명이다.

외환은행 외환운용팀 구길모 과장은 “1100원 선이 뚫리면 이제 세 자릿수냐 네 자릿수냐의 문제가 될 것”이라고 말했다.

더욱이 지금까지 수출기업을 살리기 위해 환율이 떨어질 때마다 달러를 사들여 환율을 방어하던 정책 당국의 입장도 전과 달라졌다.

미래에셋증권 이덕청 경제채권팀장은 “정부는 이미 달러를 충분히 갖고 있어 더 이상 사들일 여유가 없을 정도”라며 “수출도 잘 되고 물가도 심상치 않아 어느 정도의 원-달러 환율 추가 하락은 괘념치 않겠다는 태도”라고 말했다.

이철용기자 lcy@donga.com

김승진기자 sarafina@donga.com

  • 좋아요
    0
  • 슬퍼요
    0
  • 화나요
    0
  • 추천해요

댓글 0

지금 뜨는 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