외국계은행, 국내 금융시장 공격 경영

  • 입력 2004년 8월 11일 14시 38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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외국계 은행들이 공격적인 영업 전략으로 국내 소매 금융시장을 본격 공략하고 있다.

대규모 자산을 바탕으로 국내 은행보다 높은 금리로 개인 예금을 끌어들이는 것은 기본. 최근에는 대출 시장에서도 획기적인 조건을 잇따라 내걸고 고객들을 유치하고 있다. 국내 은행들이 연체 관리 강화로 대출 시장이 위축된 틈을 이용한 것.

외국계 은행은 담보나 보증 없이 100% 신용만 갖고 돈을 빌려 주지만 우량기업 직원 등을 대상으로 집중 마케팅을 벌이고 철저한 신용 조사를 한다는 것이 특징이다.

대표 주자는 씨티은행. 자산 규모로 세계 1위인 씨티그룹 계열인 씨티은행은 이달 9일부터 1년 만기 정기예금 기준 금리를 연 4.3%로 확정해 이자를 지급키로 했다.

씨티은행 관계자는 "최근 은행권 고시 금리가 연 3.6%인 점을 감안하면 상당히 높은 수준의 금리"라며 "예금 금리 하락으로 어디에 투자할지 고민하는 사람들을 겨냥한 조치"라고 설명했다.

이에 앞서 씨티은행은 지난달 19일부터 다른 은행 고객이 대출 은행을 씨티은행으로 바꾸면 한달 간 대출이자를 면제해주거나 5만원 짜리 백화점 상품권을 주는 등 공격적인 영업을 하고 있다. 새로 고객을 만들기보다는 다른 은행에 있는 기존 고객을 끌어오겠다는 전략이다.

스탠다드차타드은행(SCB)도 지난해 9월부터 담보나 보증 없이도 최고 3000만원까지 대출해주는 상품을 선보이고 있다.

우량 기업의 25~55세 정규직 직원이 대상이다. 금리는 최저 연 9.8%.

SCB는 최근 대출 적격자로 판단된 사람들에게 대출 안내문을 이메일로 보내거나 우량기업체로 직접 팩스를 보내는 타깃 마케팅을 펼치고 있다.

이에 앞서 HSBC도 지난 달 직장인과 전문직 종사자를 대상으로 무담보·무보증 대출상품을 한시적으로 판매했다. 대출 기간 3년에 금리 연 8~9%. 대출금액은 최대 5000만원으로 국내 은행들에 비해 파격적인 조건이었다.

이처럼 외국계 은행들이 공격적 마케팅을 펼침에 따라 올해 3월말 현재 씨티은행과 HSBC, SCB 등 3대 외국계 은행의 수신액과 대출 증가율(지난해말 대비)은 각각 27.8%와 9.5%로 0.3%와 3.0% 증가에 그친 국내 시중은행을 월등히 앞지른 것으로 조사됐다.

송진흡기자 jinhup@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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