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병욱건물 공기업 59억 더주고 매입

  • 입력 2004년 6월 15일 18시 23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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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2년 대통령선거 전 노무현 후보 캠프에 불법 정치자금을 제공한 혐의로 구속된 문병욱(文炳旭) 썬앤문그룹 회장의 서울 강남 소재 빌딩을 공기업이 경매가격보다 높은 값에 사들였다.

보건복지부 산하 건강보험심사평가원(심평원)은 지난달 27일 서울 서초구 서초동 보나벤처타운(옛 BC카드 건물)을 390억원에 매입했다고 15일 밝혔다.

지상 9층에 연면적 5527평 규모인 보나벤처타운은 문 회장이 최모씨를 대리인으로 해 지난해 9월부터 갖고 있던 건물이다.

그해 11월 건물에 대한 채권을 갖고 있던 자산관리공사가 414억원에 경매로 내놓았지만 유찰돼 최저입찰가 331억원에 다시 경매가 진행될 예정이었다.

하지만 자료송달 지연 등의 이유로 경매가 연기되다 심평원이 일반 매매계약으로 390억원에 건물을 사들였다. 이는 2차 경매 최저입찰가보다 59억원 높은 가격이다.

반면 문 회장은 이 건물을 심평원에 팔게 돼 빌딩에 걸려 있던 채무 357억원을 갚고도 장부상으로 33억원이 남게 됐다.

이에 대해 심평원 관계자는 “감정원에 자체 의뢰한 이 건물의 가치는 402억원으로 평가돼 심평원은 이보다 3% 싼 값에 샀다”며 “경매로 취득하면 소유권 분쟁 등이 빚어질 수 있어 일반 매매를 선택했다”고 설명했다.

그러나 부동산 전문가들은 2차 경매를 이용하면 더 낮은 가격에 매입할 수 있을 뿐 아니라 이 건물의 시장가치가 심평원의 취득가액보다 낮다고 지적한다.

익명을 요구한 경매컨설팅업체 관계자는 “300억원에 빌딩을 산다고 해도 임대료 수입을 감안한 연간 수익률은 10.54%에 그치며 350억원을 초과하면 5%도 건지기 어렵다”고 말했다.

고기정기자 koh@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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