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重苦 시달리는 공단 르포]반월-시화 사장님들 하소연

입력 2003-12-09 17:42수정 2009-09-28 03:2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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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기 안산시 시화공단에서 스테인리스강 제조업을 하고 있는 김종현 황금에스티 사장은 9월에 중국 안산(鞍山)시 공무원들의 방문을 받고 중국 진출을 검토하고 있다.

시장을 단장으로 한 투자유치단이 회사를 직접 찾아와 김 사장에게 제안한 투자여건이 너무나 매력적이었기 때문. 공단부지 가격은 평당 5만원으로 시화공단의 20분의 1∼30분의 1 수준. 인건비는 한국의 10분의 1 정도였다. 김 사장은 “국내에서는 공장을 확장하고 양질의 인력을 확보하는 것이 불가능하기 때문에 중국 진출이 불가피하다”고 말했다.

▽3중고에 시달리고 있는 반월·시화공단=6000여개의 중소기업이 입주해 있는 경기 반월·시화공단이 외국인 고용허가제 실시에 따른 인건비 증가, 공단가격 상승 등 투자환경 악화, 계속되고 있는 업체들의 탈(脫)한국 등 3중고에 신음하고 있다.

한국산업단지공단에 따르면 반월·시화공단에서 일하고 있는 외국인 근로자는 10월 말 기준으로 산업연수생(3498명)을 합쳐 2만3000명에 육박한다. 이는 전체 근로자(11만5982명)의 20% 수준. 하지만 실제 근로자 수는 이보다 훨씬 많을 것으로 추산된다.


그런데 지난달 국내 체류 4년 이상 근로자에 대한 강제 추방 조치와 함께 단속이 실시되면서 공단업체 상당수가 이미 숙련공 부족현상을 겪고 있다. 여기에 내년부터 외국인 고용허가제가 실시돼 4대 보험에 모두 가입해 주고 수당도 지급해야 하기 때문에 인건비 부담이 크게 증가할 전망.

안산상공회의소 안연식 관리부장은 “외국인 숙련공들이 대거 추방되면서 이미 안산시내 임시인력 시장 단가가 10% 정도 올랐다”며 “일부 업체들은 자동화를 통해 인력부족 현상을 극복하고 있지만 대부분의 업체는 자금난 때문에 엄두도 내지 못하고 있다”고 말했다.

▽중국 지방정부들의 공략=이 와중에 중국 지방정부들의 투자유치 활동도 활발해지고 있다. 안산시내 주요 호텔에서는 반월·시화공단 업체들을 대상으로 한 중국 공무원들의 투자설명회가 계속 이어지고 있다. S호텔 연회담당자는 “올해 들어 매달 한두 건의 투자설명회가 열리고 있다”며 “보통 50명 정도 참석한다”고 말했다.

가전업체인 A사의 박모 상무는 “이미 중국에 공장이 있는데 한국에서 사업하기가 너무 힘들어 중국 공장 확장을 계획하고 있다”며 “요즘 들어 중국 진출 방안에 대해 문의하는 업체가 부쩍 늘었다”고 전했다.

▽공단에 부는 부동산 투자 바람=한국산업단지공단에 따르면 반월공단에서 매물로 나와 팔린 공장은 2000년 81개, 2001년 90개, 2002년 125개. 올해는 130개로 예상된다.

이에 따라 매물로 나온 공장들을 투자목적으로 구입한 뒤 영세 제조업체들을 대상으로 공장을 임대해 주는 부동산 임대업이 신종 유망 사업으로 인기를 끌고 있다. 또 최근 공단 땅값이 3, 4년 사이에 두세 배 뛰면서 자기 공장을 짓기가 어려워진 것도 임대사업이 활기를 띠게 된 이유. 시화공단은 3년 전만 해도 땅값이 평당 50만원 안팎이었으나 지금은 100만∼150만원 수준. 반월공단은 200만원이 넘는다. 현재 반월·시화공단 임대공장의 평당 임대료는 월 2만원 안팎. 현지에서는 부도업체나 공장 문을 닫은 업체들의 공장 부지를 확보하려는 투기성 자금을 ‘매’나 ‘독수리’로 비유하기도 한다.

실제로 10월 기준으로 시화공단에서는 부동산임대업 등 비(非)제조업 입주업체가 144개로 1년 전(72개)의 두 배로 급증했다.

“웬만하면 한국에서 공장을 하고 싶었습니다. 그런데 이런 식으로 가면 도저히 버틸 자신이 없습니다.”

중국 진출을 추진하고 있는 한 기계업체 사장의 하소연이다.


안산=공종식기자 kong@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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