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카드사태 악화는 정책공조-정보공유 안된 탓"

  • 입력 2003년 12월 7일 17시 35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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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용카드 사태가 금융위기로까지 악화한 것은 관련 부처인 재정경제부와 금융감독위원회가 제 역할을 하지 못한 데다 금융감독시스템이 유기적으로 작동하지 못한 탓이라는 지적이 제기되고 있다.

실제로 카드 관련 정책을 세우고 법안을 입안하는 재경부와 금융현장에서 관리감독을 맡는 금감위 및 금융감독원이 정보공유와 정책 공조를 제대로 하지 못한 것으로 드러나고 있다.

이에 따라 감사원의 카드사태 특별감사는 금융감독시스템의 문제점을 찾아내 제2의 카드사태를 막을 근본 대책을 세우는 데 초점을 맞춰야 한다는 게 전문가들의 주문이다.

▽삐걱거리는 시스템 공조=재경부는 최근의 신용카드사 유동성 위기가 감독당국의 감시 소홀로 발생했다고 비판하고 있다.

박재식(朴在植) 재경부 보험제도과장은 “금융관련 제도를 입안하는 재경부는 금융부문에 대한 감독기능을 갖고 있지 않으며 감독은 금감원의 임무”라고 말했다.라며 “감독당국이 카드사의 건전성을 감시해 조치를 취했어야 했지만 올해 4·3 신용카드 대책 이후 ‘관치금융’에 대한 비판적 시선을 지나치게 의식했던 것 같다”고 지적했다.

하지만 금감위는 “재경부가 신용카드 사용을 확대하도록 만들어 놓은 큰 틀 안에서 감독하다보니 카드 감독에 한계가 있었다”고 반박했다.

이두형(李斗珩) 금감위 공보관은 “신용카드 재앙의 씨앗은 1997년 신용카드업법과 할부금융업법이 여신전문금융업법으로 통합됐기 때문”이라며 “당시 재경부는 신용카드사 대출업무를 허용하고 은행권 차입한도를 완전히 없애는 등 카드사들이 외형 확대에 나서는 제도적 틀을 만들어 놓았다”고 강조했다.

카드사태의 책임을 공유해야 할 기관들이 이처럼 ‘네 탓 타령’만 하는 시스템 자체가 문제라는 게 전문가들의 지적이다.

공무원 조직인 금감위와 민간 조직인 금감원간에도 정보공유가 제대로 이뤄지지 않는 등 감독당국 내에도 문제가 많았던 것으로 알려졌다.

▽감독시스템 개편 필요성 제기=감사원 감사가 금감위와 금감원의 통합, 재경부와 금감위 및 금감원의 관계 재정립 등 시스템 전반에 대한 개편으로 이어질 가능성도 제기되고 있다.

전윤철(田允喆) 감사원장은 2001년 초 기획예산처 장관으로 있을 때 금융감독기구 개편을 강력하게 주장한 적이 있었다. 당시 전 장관은 “금감원을 공무원 조직으로 전환해야 하다”고 강조했다.

감사원은 “이번 감사는 누가 잘못 대응했고 누구를 징계하느냐의 문제라기보다 금융감독 시스템에 대한 문제점을 점검하고 대안을 강구하자는 것”이라고 설명했다.

민간 금융기관도 감독시스템 정비의 필요성을 제기하고 있다.

유승창(柳承昌) 하나증권 애널리스트는 “카드산업이 ‘신흥(新興) 산업’이다 보니 재경부나 감독기관, 해당 회사들 모두 잘못됐을 때의 위험성을 잘 몰랐으며 정보공유도 잘 안됐던 것이 가장 큰 문제점”이라며 “이번 사태를 계기로 금융감독시스템의 정비가 필요하다”고 말했다.

박중현기자 sanjuck@donga.com

배극인기자 bae2150@donga.com

송진흡기자 jinhup@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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