LG증권 ‘카드 딜레마’…LG카드 사태후 10여일간 29% 급락

  • 입력 2003년 12월 3일 17시 52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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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계열사를 챙길 것이냐, 아니면 회사를 보존할 것이냐.’

LG카드 회생 방안을 놓고 고민에 빠진 LG투자증권에 대해 시장이 냉담한 반응을 보이고 있다.

LG투자증권은 LG카드 지분 8.01%를 보유해 미국 캐피털그룹(11.14%)에 이어 LG카드 2대 주주. 구본무 회장의 확약서에 따르면 내년 상반기까지 LG카드의 최대 1조원대 유상증자 부담을 떠안아야 한다.

이에 대한 투자자들의 우려가 높아지면서 LG투자증권 주가는 3일 전날보다 3.15% 떨어져 이틀 연속 하락했다. LG카드 2차 유동성 위기가 불거진 지난달 14일 이후 10여일간 29% 이상 급락했다.

▽딜레마에 빠진 대형 증권사=LG투자증권은 LG그룹의 지주회사 전환 과정에 포함되지 않은 카드, 투신 등 금융분야 자회사들의 중심 역할을 해왔다. 이달 중순에는 LG카드의 3000억원대 유상증자도 총액인수 방식(증권사가 실권주를 모두 떠안는 방식)으로 진행해야 한다.

문제는 구 회장이 확약서에서 밝힌 7000억원대 추가 자본 확충 방안. 확약서는 법적 효력이 없지만 그룹 사정상 오너의 의지대로 진행될 가능성이 높다는 게 대체적 분석이다. 이 경우 LG카드의 부실 자산에 대한 LG투자증권의 부담은 그만큼 늘어난다.

구 회장의 친인척이 대부분인 LG전선 대주주들이 LG카드 유동성 위기 직전 지분을 내다파는 등 대주주 일가가 지분을 줄여나가는 것도 위기감을 부추겼다.

익명을 요구한 금융 담당 애널리스트 A씨는 “부실이 이어지면 장기적으로 LG그룹이 카드나 증권 부분을 매각할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고 말했다.

▽유상증자 성공해도 여전히 안개 속=물론 LG카드의 유상증자가 성공적으로 진행된다면 LG투자증권은 부담을 털어내는 것은 물론 수수료 수입까지 챙길 수 있다.

증시 전문가들은 성공 여부에 대해 뚜렷한 의견을 내놓지 못하고 있다.

일부에서는 공모가가 단기 차익을 얻을 수 있는 수준에서 결정될 경우 증자가 예상보다 순조롭게 진행될 가능성도 있다는 의견을 내놨다.

그러나 애널리스트 A씨는 “LG카드는 물론 카드업계가 완전히 정상화되려면 최대 5년까지도 걸릴 수 있다”며 “최악의 상황이 지났다고 해서 투자를 긍정적으로 검토하는 것은 너무 안일한 생각”이라고 꼬집었다.

증권업종 자체에 대한 전문가들의 투자 의견도 부정적인 상황이어서 LG투자증권 주가는 앞으로 상당 기간 고전할 전망이다.

이정은기자 lightee@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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