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외환위기 정책' 세미나]"IMF 지원규모 부풀려 혼란 가중"

  • 입력 2003년 12월 1일 17시 48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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외환위기 당시 국제통화기금(IMF)이 한국에 대한 자금지원 계획을 실제보다 부풀려 결과적으로 금융시장의 혼란을 가중시켰다는 평가가 IMF 내부에서 나왔다.

또 기업부문 구조조정은 당장 직면한 위기 해소 방안으로는 불필요했다는 지적이 제기됐다.

이 같은 분석은 IMF 독립평가국과 한국경제연구원이 1일 서울 중구 명동 은행회관에서 열린 ‘외환위기 당시 IMF 정책 평가’에 관한 국제세미나에서 나왔다.

이날 IMF 독립평가국의 다카기 신지 고문과 벤 코언 연구위원은 보고서에서 “IMF 상임이사회가 1997년 12월 4일 한국에 총 550억달러의 금융 지원을 약속했지만 이 가운데 서방선진7개국(G7)이 ‘제2의 방어선’이라는 명목으로 제공키로 한 200억달러는 실현 가능성이 없었다”고 밝혔다.

IMF는 당시 여유자금 용도로 200억달러를 추가 지원키로 했지만 G7 국가들이 이 돈을 부담할 의향도, 능력도 없었다는 것이다.

다카기 고문은 “이 때문에 IMF는 한국에 만기 도래하는 1년 미만 단기 부채의 상환 가능성을 ‘비현실적’으로 높게 책정해 (수치상의) 자금 부족분을 메웠다”며 “여기에 한국의 외환보유액과 단기 채무 관련 자료가 공개되면서 금융혼란이 가중됐다”고 지적했다.

실제 IMF의 구제금융 프로그램이 승인됐음에도 그해 12월 중순 원화가치는 39%나 급락했고 한국 금융기관들의 단기채무 만기 연장은 더욱 어려워졌다.

보고서는 또 한국에 대한 처방 가운데 금융 구조조정은 불가피했지만 기업 구조조정이 포함된 것은 적절치 않았다고 평가했다.

다카기 고문은 “기업부문 구조조정은 장기적인 경쟁력 확보에는 도움이 될 수 있겠지만 당시의 위기가 무역수지 적자와 자본 유출 때문이었음을 감안하면 불필요한 처방이었다”고 진단했다.

한편 이날 토론자로 참석한 서울대 표학길(表鶴吉·경제학) 교수는 “한국의 외환위기가 재정적자 누적에서 기인하지 않았음에도 IMF가 긴축재정정책을 유도해 결과적으로 정부의 재정마저 위협당하고 있다는 신호를 시장에 던져줬다”고 지적했다.

무역연구소 현오석(玄旿錫) 소장은 “IMF 프로그램이 국내 경기를 위축시키는 과다살상(overkill) 문제를 감안하지 않고 집행돼 기업의 금융부담 증가, 신용 경색 심화 등 역효과를 냈다”고 말했다.

반면 당시 금융감독위원회 위원장이었던 이헌재(李憲宰) 김&장 법률사무소 고문은 “기업 구조조정은 과잉투자를 해소하는 역할을 했다”며 긍정적으로 평가했다.

고기정기자 koh@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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