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시아지역FTA]산업별 명암…섬유-전자 '맑음'

  • 입력 2003년 10월 7일 17시 59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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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의 자유무역협정(FTA) 체결은 국민 경제에 어떤 영향을 줄까. 이에 대해 전문가들은 “한국의 FTA 체결 건수는 많을수록 좋다”고 입을 모은다.

FTA 체결 상대국에 따라 한국의 무역흑자가 일시적으로 줄고 일부 산업의 피해가 발생할 수 있다. 그러나 장기적으로 △수출 증대 △한국 산업의 효율적 구조조정 △통상 마찰 축소 △외국인 투자 확대 △국민 후생 증대 등의 효과를 얻을 수 있을 전망이다.

▽최대 수혜자는 한국=한국 대외경제정책연구원(KIEP), 일본 종합연구개발기구(NIRA), 중국 국무원 발전연구센터(DRC) 등 3개국 공동 연구 결과에 따르면 한중일 FTA의 최대 수혜국는 한국으로 분석됐다.

한국은 한중일 FTA 체결로 연간 최대 260억달러의 국민 후생 증가 효과를 얻을 것으로 전망됐다. 이는 일본과 중국이 얻는 이익 합계보다 2배에 이른다.

연간 국내총생산(GDP) 증가율에서도 한중일 FTA는 중국과 일본보다 한국에 월등한 혜택을 제공할 것으로 분석됐다.

한일 FTA도 마찬가지다.

KIEP와 일본 아시아경제연구소(IDE)는 한일 FTA 체결로 한국이 연간 30억1000만∼408억달러 규모의 무역수지 흑자 요인이 발생할 것으로 내다봤다.

한중일 또는 한일 FTA 체결에 따른 산업별 명암은 엇갈린다. 섬유 전자 등은 유리하지만 기계 자동차 등은 불리할 것으로 전망됐다.

전문가들은 FTA 체결에 따른 시장 통합은 한국 산업의 구조조정을 통해 장기적 이익이 될 것으로 분석하고 있다.

▽농업은 피해 우려=한국이 아시아 국가들과 FTA를 맺는 데 가장 큰 걸림돌은 농업이다. 영세한 영농 규모를 감안할 때 FTA로 관세가 없어지면 존립 기반 자체가 흔들릴 정도로 타격을 받을 가능성이 높기 때문.

실제로 연구기관들은 한중일 FTA가 체결되면 한국 농업 생산은 8∼10% 줄어들 것으로 분석했다.

하지만 FTA가 한국 농업에 반드시 불리한 것만은 아니라는 시각도 있다. 개방 품목이나 시기를 단계적으로 확대하면 농업 구조조정을 촉진시킬 수 있는 것은 물론 장기적으로는 새로운 시장을 확보할 수 있는 기회가 될 수 있다는 것.

한국농촌경제연구원이 내놓은 ‘FTA 전망과 한국농업’이란 분석자료에 따르면 한일 FTA가 체결되면 김치, 방울토마토, 밤, 오이 등 주력 농산물의 일본 수출이 연간 5800만달러 정도 늘어날 것으로 예측되고 있다.

가공식품 분야 수출도 8억5400만달러나 증가하는 등 수출이 늘어나는 데 따른 생산 증대 효과가 2조3000억원에 이를 것으로 추산되고 있다. 일본 농산물 시장 개방 효과를 톡톡히 보는 셈이다.

일본을 제외한 나머지 아시아 지역 국가들과의 FTA 체결은 한국 농업에 불리하다.

품목별로는 쌀 생산 농가의 연간 소득 손실액이 2조원으로 가장 많다. 이어 △축산농가 880억원 △특용작물 재배농가 400억원 △시설채소 재배농가 130억원 등으로 소득 손실이 발생할 것으로 점쳐지고 있다.

동남아국가연합(ASEAN) 국가와의 FTA도 마찬가지다. 주요 농산물 수출국인 태국 등지에서 카사바를 사료용으로 제한적으로 수입해 축산 농가의 부담을 줄이는 것 외에는 FTA 체결에 따른 이점이 거의 없다고 농촌경제연구원은 분석한다. ASEAN 국가에서 생산된 농산물이 중국산보다 가격경쟁력이 있기 때문.

▽농업 대책 시급=최세균(崔世均) 농촌경제연구원 연구위원은 “아시아 각국간 FTA가 체결되면 농업 분야는 중국이나 ASEAN 국가들이 월등하게 유리하다”고 말했다.

그는 “쌀 등 민감한 품목을 제외하고 협정 체결국들이 공통적으로 동의하는 농산물부터 개방한 다음 점진적으로 그 폭을 넓혀 가는 전략적 자세가 필요하다”고 말했다.

일본과 지리적으로 가장 가깝다는 점을 활용하면 신선 농산물 등 일부 품목에서 한국산이 경쟁력을 가질 수는 있다. 하지만 곡물이나 육류 등 저장 기간이 긴 대부분의 농산물은 한국이 일본시장에서 아시아 국가들에 밀릴 수밖에 없다고 농촌경제연구원은 내다봤다.


이은우기자 libra@donga.com

송진흡기자 jinhup@donga.com

▼전문가 기고/ "FTA는 대세…정면 돌파해야"▼

지난달 멕시코 칸쿤에서 열린 제5차 세계무역기구(WTO) 각료회의가 성과 없이 결렬되자 미국 무역대표부(USTR) 로버트 졸릭 대표는 양자간 협상과 자유무역협정(FTA) 확대에 중점을 둘 것이라고 밝혔다. 세계교역질서가 WTO 중심의 다자체제로 정착하는 것이 실패한 만큼 새로운 대안을 찾겠다는 것.

이미 세계적으로 184개의 FTA가 발효 중이다. WTO 회원국으로서 FTA를 체결하지 않은 나라는 한국 등 6개국에 불과하다.

그동안 FTA에 소극적이었던 일본 중국 인도 등 아시아 국가들도 최근에는 FTA에 적극적으로 나서고 있다. 이런 상황에서 국내총생산(GDP)의 70∼80%를 무역에 의존하고 있는 한국이 나아가야 할 방향은 분명하다.

최근 한-칠레 FTA 비준 논의로 한국 국민은 FTA 체결은 농업부문에 피해를 가져오고 제조업에는 이득이라는 인식이 널리 퍼져 있다.

그러나 상대국에 따라 국내 산업에 미치는 영향은 서로 다르다.

문제는 산업별로 눈앞의 이해 득실을 계산하며 FTA 추진 자체를 미루는 데 있다. 물론 부문간 득실 관계 조정은 FTA를 추진하는 과정에서 해결해 나가야 할 중요한 과제다. 그러나 그것이 FTA를 가로막아서는 안 된다.

현재 한국과 FTA 체결 논의가 진행 중인 나라로는 일본, 싱가포르, 멕시코, 동남아국가연합(ASEAN) 국가 등이 있다.

이들 나라와의 FTA가 미치는 경제적 효과에 대한 민간기관의 연구결과는 대체로 비슷하다. 단기적으로는 일부 산업에 부정적이지만 장기적으로는 산업경쟁력 강화에 크게 도움이 된다는 것.

따라서 단기적으로 영향을 받는 산업에 대해서는 협상과정에서 유예조치 등을 통해 그 충격을 완화할 수 있다. 1999년 6월 최종적으로 폐지된 수입선다변화 제도가 대표적인 사례.

당시 일본제품에 대해 국내 산업을 보호하기 위해 운영해 왔던 이 제도가 폐지되면 우리산업이 심각한 타격을 받을 것이라는 목소리가 높았다.

하지만 우려했던 가전제품, 승용차, 일반 기계부문은 국내 기업들의 효과적인 대응으로 지금은 국제경쟁력을 갖춘 주력 산업이 됐다.

FTA는 한국이 동아시아 경제중심 국가로 부상하기 위해 필수적인 과제 중 하나다. 보다 능동적인 사고를 갖고 착실히 준비해 나가야 할 시점이다.

임채민 산업자원부 국제협력투자심의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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