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긴급진단 강남아파트]<상>현장에 가보니 "부르는게 값"

  • 입력 2003년 10월 7일 17시 45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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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9·5 재건축시장 안정대책’으로 잠시 주춤했던 집값이 다시 꿈틀거리고 있다. 이번에는 서울 강남지역(강남구 서초구 송파구 강동구)뿐만 아니라 서울 목동 단지와 분당신도시로 확산되고 있다. 이른바 ‘준강남’이 형성되는 것. 여기다 경기 용인시, 서울 광진구 마포구 등도 들썩이고 있다. 전문가들은 “9·5대책의 약발이 이미 떨어졌다”며 ‘제대로 된 추가대책’을 마련해야 한다고 입을 모으고 있다. 정부도 재정경제부를 중심으로 후속대책을 마련키로 하고 작업에 나섰다. 도대체 시장에서 무슨 일이 벌어지고 있는 것일까. 2회에 걸쳐 시장 동향과 대책 등을 정리해 본다.》

“강남 아파트에는 시세가 따로 없습니다. 매물이 나왔다가도 입질을 하면 금세 자취를 감췄다가 하루 이틀 지나 4000만∼5000만원씩 얹어 다시 나와요. 계약이 되면 그 가격이 시세가 되는 거죠.”

7일 강남구 대치동 선경아파트 인근의 한 중개업소 곽모 사장은 “부동산 중개업소가 시세를 부추긴다고 하지만 이제는 중개업소가 영향력을 잃은 지 오래”라며 “주민들이 자기 매물을 가지고 시세를 마구 흔들고 있다”고 말했다.

실제로 이 아파트 31평형의 매매 시세는 9월 말까지만 해도 8억원이었다. 하지만 중개업소 매물란에 나와 있는 아파트 호가는 9억∼9억5000만원을 웃돌고 있다.

‘9·5대책’ 이후 떨어졌던 서울 강남지역 아파트 값이 다시 오르고 있는 것이다.

부동산정보제공업체 유니에셋에 따르면 강남지역 아파트 매매가 주간 변동률은 △9월 5일 2.13% △9월 19일 0.19% △9월 26일 0.58% △10월 3일 0.91%로 높은 상승세를 보이고 있다.

그동안은 중대형 아파트 위주로 오름세를 보였으나 최근에는 재건축아파트도 가파른 상승세를 타고 있다. ‘9·5대책’ 발표 직후 1억원가량 급락했던 대치동 은마아파트 31평형과 34평형은 각각 7억3000만원과 8억3000만원에 호가가 형성됐다. 이는 대책 이전 수준(7억5000만원, 8억5000만원)에 거의 육박한 것이다.

시세가 대책 이전 수준을 넘어선 곳도 있다. 송파구 잠실주공 3단지 15평형은 9월 초 4억8000만원에서 9월 중순에는 4억6750만원까지 떨어졌다. 하지만 현재는 5억500만∼5억1000만원으로 2500만∼3000만원이 더 올랐다. 이 아파트 17평형 상한가는 7억3000만원으로 9월 초보다 6000만원가량 높게 형성돼 있다.


▼과열 도미노…양천-마포-분당-용인 급등▼

한편 강남지역에 대한 규제가 강화되면서 반사이익을 누리고 있는 서울 양천구 마포구 광진구 등은 최근 한 달 사이에 2%가량의 상승률을 보였다.

강남지역과 지리적으로 인접한 분당신도시와 경기 용인시는 과열 기미가 뚜렷하다.

분당구 야탑동 장미현대 38평형은 최근 일주일 만에 8000만원이 오른 4억9000만∼5억2000만원에 시세가 형성됐다. 이매동 아름건영 69평형은 같은 기간에 무려 1억1000만원이 오른 7억원에 호가되고 있으나 매물이 없어 거래가 이뤄지지 않고 있다. 이 밖에 수내동 정자동 등지도 한 주 만에 5000만원 이상 오른 곳이 속출하고 있다.

이 같은 분당지역 집값 상승세는 정부가 강남지역 집값을 잡겠다며 강남 수요 대체지라는 명목으로 ‘판교신도시 띄우기’에 나선 것이 직접적인 계기가 됐다.

이매동에 있는 OK공인중개사의 김재민 사장은 “이매동과 야탑동은 판교신도시와 길 하나를 사이에 두고 있다”며 “판교개발에 따른 기대감이 더해지면서 상대적으로 저평가돼 있던 아파트값이 급등세를 타고 있다”고 말했다.

용인에 있는 아파트도 상현리 성복리 신봉리 등을 중심으로 한 달 사이에 1억원이 오른 곳이 수두룩하다.

부동산정보업체 ‘유니에셋’의 김혜진 리서치팀장은 “9·5대책으로 강남에서 손을 뺀 투자자들이 △판교신도시 개발에 따른 기대심리 △전철 분당선 연장 노선 통과 △영덕∼양재간 고속도로 등과 같은 호재를 안고 있는 용인으로 눈을 돌리고 있기 때문”으로 풀이했다.

황재성기자 jsonhng@donga.com

김창원기자 changkim@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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