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회민주당 장기표 대표 “기업이 잘돼야 노동자도 잘산다”

  • 입력 2003년 10월 5일 17시 17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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장기표 사회민주당 대표가 “정부와 기업인, 근로자 모두가 조금씩 양보해서 경제 살리기에 나서야 한다”며 경제난 극복 방안을 설명하고 있다. 전영한기자
장기표 사회민주당 대표가 “정부와 기업인, 근로자 모두가 조금씩 양보해서 경제 살리기에 나서야 한다”며 경제난 극복 방안을 설명하고 있다. 전영한기자
《“며칠 전 모 방송에서 기업인을 불신하는 국민은 80%, 기업을 불신하는 국민은 70%에 달한다고 들었다. 이래서는 나라가 안 된다. 기업인을 이렇게 불신해서야 어떻게 경제가 돌아가겠는가. 지금 기업인들은 자살충동까지 느끼며 어렵게 기업을 꾸려가는데 좋은 소리는 못 듣고 이처럼 욕을 먹어서야 되겠는가.” 노동자 농민의 이해를 대변하는 사회민주당의 장기표(張琪杓) 대표는 2일 본보와의 인터뷰에서 ‘기업하기 좋은 나라’가 바로 노동자와 농민의 이익에도 부합된다고 강조했다. 장 대표는 “생산 소비 투자가 연 4개월째 마이너스이고 기업들은 해외로 떠나가는 현실에서 기업인들을 이렇게 괄시하다간 2, 3년 내에 아르헨티나 꼴이 나고 말 것”이라고 경고했다. 장 대표로부터 경제난의 원인과 해법을 들어 봤다.》

―요즘 청년실업이 큰 문제다. 어떻게 해결해야 하나.

“대졸자 50만명이 앞으로 3년간 직장을 못 잡는다고 생각하면 정말 끔찍하다. 이들은 정신적으로 많은 문제를 안게 되면서 사회불안요인이 될 수밖에 없다. 경제전체적으로 기업 내 세대 교체가 이뤄지지 않아 국가 경쟁력이 떨어지게 된다. 기업들이 새로운 지식과 기술을 가진 청년 인력을 채용해야만 지속가능한 성장이 이뤄진다. 이를 위해선 정리해고 등이 필요하다는 데 동의한다. 다만 해고된 뒤에도 인간답게 살 수 있도록 국가가 보장해줘야 한다는 전제조건이 있어야 한다. 나가서 굶게 되는데 누가 정리해고를 받아들이겠는가. 새로운 일자리와 실업수당 등 사회보장제도를 갖춰야만 노조도 정리해고를 수용할 수 있다.”

―반기업 정서가 경제의 발목을 잡고 있다.

“반기업 정서는 정치인과 관료들이 제공한 것이다. 정권 바뀔 때마다 기업인들이 검찰조사를 받는데 그 이유는 정치자금과 뇌물제공 때문이다. 최근 SK 분식회계 및 비자금 수천억원에 대한 검찰 수사가 이뤄지고 있는데 그 돈이 다 어디로 갔나. 솔직히 정치인과 관료들이 대부분 받아먹은 것 아닌가. 그러면서 책임은 기업인들에게 떠넘기니 정말 우스운 일이다. 정치인들은 툭하면 기업에 대해 훈시하면서 자신만 깨끗한 척한다. 노무현 정부도 마찬가지다.”

―정경유착의 고리를 끊으려면 어떻게 해야 하나

“기업인들이 공장 하나 세우려고 인허가 맡으려면 얼마나 골치가 아픈가. 중국은 공무원들이 기업인들에게 공장 유치하려고 술을 산다고 하지 않는가. 기업인들 입장에선 뜯어 먹히고 욕만 얻어먹으니 꼴 보기 싫다고 중국으로 떠나는 것 아닌가. 보건 안전 환경을 제외한 경제활동 규제를 거의 없애야 한다. 나머지는 시장에 맡기면 된다. 또 뇌물을 받은 정치인과 관료는 다시는 공직에 설 수 없게 엄벌에 처해야 한다.”

―기업이란 어떤 존재인가

“삼성전자 현대자동차 덕에 대한민국이 먹고 산다. 우리는 삼성전자에 대해 정말 고맙게 생각해야 한다. 자본주의 사회에서 기업은 이윤을 창출하기 위해 노력하는 존재다. 이들이 잘돼야 결과적으로 국민 모두가 잘 살 수 있다.”

―자유무역협정(FTA)에 대해선 어떻게 보나.

“FTA는 맺어야 한다. 특히 일본 중국과 맺어서 동북아 자유무역지대를 만들어야 한다. 농업개방으로 인한 피해는 무역이익으로 보상해야 한다. 특히 소득보조정책을 실시해야 한다. 미국도 1994년부터 농민에게 직접지불제를 실시하고 있다. 미국 농가소득의 43%가 직접지불제에 의한 보조금이다. 우리도 농민들의 소득을 보전해줘야 한다.”

―노사갈등이 너무 심하다. 한국노총 사무국장도 미국 재계의 우려에 놀랐다고 한다. 노사가 같이 사는 길은 없는가.

“단기적으로 사회적 합의를 통한 노사문제 해결을 채택해야 한다. 앞으로 정리해고 요인이 계속 발생한다. 반발이 안 일어나도록 하려면 사회안전망을 구축해서 해고 당해도 최소한의 인간다운 삶을 보장받도록 해야 한다. 이를 위해 정부와 기업인, 근로자가 각각 조금씩 비용을 부담해야 한다. 특히 고임금 고비용 고지출 구조를 해소해야 한다. 경쟁상대국보다 근로자 임금이 많다고 하는데 교육비와 의료비를 감안하면 오히려 적다고 봐야 한다. 국가가 교육비와 의료비 부담을 대폭 덜어줘야만 임금도 낮출 수 있다 ”

장 대표는 1945년 경남 김해에서 태어나 마산공고와 서울대 법대를 나온 뒤 노동운동 등 민주화 운동에 평생을 바쳐왔다.

임규진기자 mhjh22@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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