재계 "노조不法 공동대응"…전경련, 모든 민형사 조치 강구

  • 입력 2003년 7월 2일 18시 27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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새로운 노사관계 모델을 둘러싸고 정부, 경제계, 노동계가 정면충돌할 움직임을 보이고 있다.

전국경제인연합회는 2일 ‘신(新)노사문화 확립을 위한 우리의 다짐’을 발표하고 “법치주의 노사문화를 확립하기 위해 노조의 불법행위에 대해 엄정하게 대응할 것”이라고 결의했다. 전경련은 “노조의 불법파업 등에 대해 손해배상소송, 가압류 등 가능한 모든 민·형사상 법적 조치를 강구하겠다”며 강경 대응 방침을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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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경련이 내세운 ‘신노사문화’란 시장원리 및 노사자율로 노사문제를 해결하는 것을 원칙으로 하되 정부는 불법행위에 대해 징벌하는 방식이다. 이는 전형적인 영미(英美)식 노사 모델이다.

이는 청와대가 유럽식 노사관계 모델을 제시하겠다고 한 것과 어긋나는 것이어서 앞으로 노사관계의 방향이 주목된다. 이정우(李廷雨) 대통령정책실장은 이에 앞서 1일 “노조는 임금인상을 자제하는 대신 제한된 범위 내에서 (경영)참여를 보장받는 등 새로운 노사관계의 틀을 곧 마련하겠다”면서 “노-사-정의 틀 안에서 노사문제를 자율 조정하는 네덜란드식 모델로 가야 한다”고 밝혔다.

전경련 회원사의 최고경영자 및 노무담당 임원 59명은 이날 서울 여의도 전경련회관에서 ‘신노사문화’ 결의대회를 열고 “철도 노조에 대한 정부의 대응은 바람직한 노사관계 정립에 전환점이 되었다”면서 “앞으로도 이러한 관행이 정착돼야 한다”고 주장했다.

이들은 결의문에서 △불법 행위에 대한 고소 고발을 취하하는 관행을 근절하고 △파업기간의 임금을 보전해 주는 잘못된 관행을 개선하며 △노조 전임자의 급여는 노조가 스스로 부담하고 △과도한 고용보호를 완화하기 위해 노력할 것 등을 다짐했다.

이에 대해 한국노총은 2일 성명에서 “전경련의 발표는 노조를 무력화하고 노동자 착취를 강화하겠다는 것으로 노조에 대한 선전포고와 같다”고 거세게 반발했다.

민주노총도 정부의 강경 노동정책에 편승해 재계가 덩달아 노동계를 압박하고 있어 각 사업장의 임금 및 단체협약 교섭은 난항을 겪을 가능성이 크며 노동계의 투쟁수위도 높아질 것이라고 밝혔다.

노동계는 이 정책실장의 ‘네덜란드식 사회 경제협의체인 노-사-정 합의모델’ 발언에 대해서도 노골적인 반감을 드러냈다. 재계의 힘에 못 이겨 출범 넉달 만에 보수로 회귀한 정부가 노-사-정 합의의 모양새를 갖춰 교묘하게 노동운동을 탄압하려는 의도라는 것. 민주노총 주진우(朱鎭宇) 비정규사업실장은 “좌파 정당인 사회당의 장기집권으로 노사간 힘의 균형을 이룬 네덜란드의 모델을 가져오는 것은 내용 없이 모양새만 갖추려는 것”이라고 비판했다. 한국의 노-사-정 합의기구인 노사정위원회는 노사 이외에 정부나 전문가가 중립적 지위로 참여하지만 실상은 재계편으로 치우쳐 있다는 주장이다.

신연수기자 ysshin@donga.com

정경준기자 news91@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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