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작지만 강한 기업]변기부품 생산 30년외길 '와토스코리아'

  • 입력 2003년 7월 2일 18시 02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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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느 날부터인가 주변 화장실에서 변화가 시작됐다.

양변기엔 두 개의 ‘물 내림 밸브’가 생겨 ‘본 일’의 종류에 따라 물의 양을 조절할 수 있었고 물은 튼 지 30여초가 지나면 자동으로 물줄기가 끊어지는 샤워기도 하나둘 늘어났다.

‘이렇게 해서 물이 얼마나 절약될까, 아이디어가 괜찮은데….’

송공석 사장(오른쪽)이 지난달 26일 인천 공장의 실험실에서 화장실용 부품의 실험 성과에 대해 직원에게서 설명을 듣고 있다. 송 사장은 새로운 부품에 대한 아이디어를 낼 뿐 아니라 실험에도 직접 참여한다. 인천=박영대기자

‘와토스코리아’는 30년째 화장실용 부품만을 고집하면서 화장실의 변혁을 주도해왔다. 국내 양변기에 들어가는 부품의 약 70%를 공급하는 등 국내 업체 중 독보적인 지위를 갖고 있다. 덕분에 많은 중소기업들이 경영난을 겪지만 해마다 큰 성장을 거듭하고 있다. 외환위기 직후인 1998년 32억원에 머물던 매출은 작년 137억원으로 늘었고 순이익은 6500만원에서 34억원으로 껑충 뛰었다.

▽생활 속 아이디어로 승부=송공석 사장(51)이 양변기와 처음 인연을 맺은 것은 1973년. 몸 담고 있던 양변기 회사가 망하자 ‘생활 속 경험만 잘 살리면 남보다 앞서갈 수 있는 품목’이라는 확신에서 사업에 뛰어들었다.

송 사장의 아이디어는 1991년 개발에 들어간 ‘대소변 구분형 양변기 부품’에서 큰 성공을 거뒀다. 부품을 바꾸면 30∼40%의 물을 아낄 수 있어 환경부는 2000년 초 ‘신축건물에는 의무적으로 절수용 양변기를 달아라’고 법으로 정했고 매출도 급증했다.

신상품의 생산에도 깊숙이 관여한다. 올 초 특허출원한 ‘수도꼭지에 부착하는 구강세척기’는 지난 3년 동안 직접 사용해보고 결점을 보완한 것. 직원들도 모두 상품의 시험사용자다. 공장 내 모든 화장실 곳곳에선 ‘양변기는 절수 시험 중. 사용하면서 불편한 점이나 누수 작동불량이 발견되면 내선 △△으로 연락주세요’라는 문구를 쉽게 찾아볼 수 있다.

송 사장은 “부품 회사이면서도 납품회사에 제 목소리를 내는 건 시장을 선도하는 기술을 가졌기 때문”이라고 말했다. 국내 3대 양변기업체인 대림요업 계림요업 동서산업 등은 도자기(양변기)를 만드는 데에만 집중한 나머지 기계류인 부품은 생산하지 않는다.

▽일한 만큼 돌려준다=70명의 직원은 2001년과 2002년에 각각 평균 300%와 470%의 특별상여금을 받았다. 송 사장은 “직원들에게 회사를 키운 만큼 돌려받을 수 있다는 확신을 심어주고 싶다”며 “올해도 목표를 달성하면 1200%의 보너스를 줄 방침”이라고 말했다. 대신 회사가 어려워져 연봉이 절반으로 줄어도 대부분의 직원은 남을 것이란 믿음을 갖고 있다.

부품 대금을 어음으로 받으면서도 협력업체에서 물건을 받을 때는 현금 결제하는 것도 같은 맥락. 송 사장은 “도와준 만큼 납품가격을 낮추거나 좋은 상품을 만들어 보답하기 마련”이라며 “항상 2, 3개월치 운용자금을 갖고 있어 어렵지 않다”고 말했다.

인천=이나연기자 larosa@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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