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내기업 사스피해 확산…中-日연휴특수 작년 절반으로 줄듯

  • 입력 2003년 4월 25일 18시 39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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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계적으로 사스(SARS·중증급성호흡기증후군) 공포가 확산되면서 한국 기업들의 피해가 늘고 있다. 기업들은 당장 5월 초 중국의 노동절과 일본의 골든위크 등 ‘황금연휴’ 기간 매출이 작년의 절반 이하로 줄 것으로 우려하고 있다.

삼성그룹은 중국 베이징 본사 100여명 가운데 현지인 80여명에 대해 24일부터 5월 5일까지 12일간 휴가를 보냈다고 25일 밝혔다. 본사 근처 빌딩에 사스 환자가 나타나 전염을 막기 위해서라는 것.

LG전자 전명우(田明祐) 상무는 “중국 노동절 휴가 때는 10일 동안 평균 두 달치의 매출이 일어났는데 올해는 사스로 휴일이 절반으로 준 데다 소비자들이 쇼핑을 다니지 않아 5월 판매가 걱정된다”고 말했다.

전자업체들은 대규모 로드쇼와 이벤트를 줄이는 대신 광고와 선전물(DM) 등 다른 방법을 총동원해 마케팅에 나서고 있다.

항공사들은 이라크전쟁에 이어 ‘사스 폭풍’을 만나는 바람에 올해 경영 실적이 적자로 전환될 것을 우려하고 있다. 대한항공의 4월 탑승률은 평균 59%로 작년 같은 기간보다 14%포인트 낮아졌으며, 아시아나항공도 57%로 작년보다 18.6%포인트 떨어졌다. 대한항공은 3월 수입이 400억원 정도 차질을 빚었고, 아시아나는 작년에 1000억원의 이익을 냈으나 올 1·4분기(1∼3월)에는 약간의 손실을 본 것으로 추정된다. 두 항공사는 중국 동남아의 일부 노선을 다음달 중순까지 운행 중단했다.

현대차 그룹은 현대차 베이징공장 직원들의 피로를 줄이고 건강관리를 위해 하루 2개조 가 10시간씩 모두 20시간 근무하던 것을 17시간으로 단축했다.LG투자증권 황창중(黃昌重) 투자전략팀장은 “아시아로의 수출 비중이 40%가 넘는데 사스로 인해 타격을 받고 있다”면서 “주요 업종 200개 기업들의 1·4분기 영업이익이 전년 동기보다 10% 정도 줄었는데 2·4분기(4∼6월)에는 더 나빠질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기업들은 중국 동남아 캐나다 등 사스환자 출현 지역에 출장을 금지하고 전화 상담 등을 통해 사업을 이어가면서 하루속히 사스가 잦아들기만 바라고 있다.

신연수기자 ysshin@donga.com

이명재기자 mjlee@donga.com

▼KOTRA 中본부장 ▼

“중국 발(發) 세계 경제공황의 가능성도 있습니다.”

중국 상하이에서 열리고 있는 ‘대한민국 섬유대전’에 참가한 코트라(KOTRA) 이효수(李曉秀·사진) 중국 본부장은 25일 “사스가 가져올 충격은 이제 시작에 불과하다”고 말했다.

이 본부장은 “사스로 인한 중국 경제의 충격은 이미 이라크전쟁 수준을 넘어섰다”며 “지금은 중국이 바로 전쟁터이고 중국 정부는 준 전시상태에 들어갔다”고 말했다. 이 본부장은 “베이징시는 사스 환자가 있던 건물은 모조리 폐쇄하고 도시로 드나드는 차량까지 통제하고 있다”며 “외부와의 교류가 위축되면서 식료품과 공산품 가격도 크게 뛰고 있다”고 전했다.

그는 또 “얼마 전 열린 중국 최대 수출전시회인 광둥 종합수출박람회에는 예년의 10분의 1 수준인 1만2000명의 바이어들만이 참가해 중국 수출업계가 충격에 빠졌다”고 덧붙였다.이 본부장은 이어 사스로 인한 중국 경제의 위축은 유럽 북미 아시아 지역의 수많은 회사들을 위험에 빠뜨릴 수 있다고 경고했다.

중국 정부의 강력한 사스 방역으로 중국과 사업 관계에 있는 세계 수많은 회사들의 업무가 전면 중단될 우려가 있다는 것. 한국 수출업계의 경우 2∼3월 열리는 중국 내 전시박람회에서 많은 수출 주문을 받아왔는데 각 박람회가 위축되면서 4월 이후 주문이 크게 떨어질 가능성이 있다는 설명이다.

상하이(중국)=최호원기자 bestiger@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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