상장기업 "바닥칠때 자사주 사자"…주가에 긍정효과

  • 입력 2003년 3월 9일 18시 56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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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가를 떠받치기 위해 자사주를 사들이는 기업이 늘고 있다.

삼성전자는 7일 6월 초까지 자사주 1조원어치를 사들여 태워 없애기로 결의했다.

현대증권도 이날 자사주 250만주 115억원어치를 다음달 30일까지 사기로 했다.

이에 앞서 CJ 대신증권 한미은행 풀무원 삼성SDI LG전자 한국전력 등도 자사주 매입을 발표했다.

▽자사주 매입의 효과=자사주 취득은 통상 주가를 끌어올리는 효과를 낳는다. 단기적으로 시장에서 팔릴 수 있는 주식 수를 줄여주기 때문이다. 증권거래소에 따르면 2000년과 2001년 자사주를 사들인 기업의 주가는 매입 기간에 종합주가지수보다 5∼6%포인트 더 올랐다.

하지만 ‘자사주 매입=주가상승’이 늘 보장되는 것은 아니다. 지난달 자사주를 사들인 신천개발 청람디지탈 등 9개 등록기업은 2월 28일까지 평균 3.2%의 평가 손실을 입었다.

자사주 취득의 주가부양 효과는 △타이밍 △매입 규모 △소각 여부 △기업의 질(質)에 따라 달라진다.

2월처럼 시장의 수급상황이 꼬여 있을 때는 수억원의 자사주 매입으로 주가 하락을 막기에는 역부족이다.

굿모닝신한증권 박동명 연구원의 분석에 따르면 매입 규모가 시가총액의 10% 이상일 때는 2개월 후 해당기업 주가가 10% 이상 올랐다. 반면 5% 미만의 경우 거의 효과가 없었다.

단순한 자사주 매입은 잠깐 유동물량을 붙들어 매 놓을 뿐이어서 효과가 적다. 사들인 자사주를 소각해야만 발행주식 수를 줄여 주당순이익(EPS), 즉 주식의 값어치를 높일 수 있다.

또 튼튼한 기업이 ‘이 정도의 주가는 너무 심하다’는 자신감을 바탕으로 자사주를 사들일 때 효과가 크다. 삼성전자의 경우 2000년 이후 세 차례에 걸친 자사주 매입을 통해 투자자들에게 2∼5%포인트의 초과수익을 안겨줬다.

▽투자 포인트=주가가 폭락세를 면하면 우량기업의 자사주 매입이 더욱 늘어날 전망이다.

우리증권 신성호 이사는 “배당률이 높은 우량기업의 경우 주가가 저평가돼 있는 요즘 자사주 매입을 통해 비용은 적게 들이면서 배당금 증액과 똑같은 주가 부양효과를 낼 수 있을 것”이라고 설명했다.

자사주 매입을 이미 발표한 기업 가운데는 △시가총액 대비 매입규모 비율이 높고 △최근 주가가 많이 떨어졌으며 △대주주 지분이 높은 기업에 주목할 필요가 있다.

아직 자사주 매입을 발표하지 않은 기업 가운데 △배당수익률이 높고 △현금을 많이 갖고 있으며 △최근 주가가 많이 떨어진 종목을 선점하는 것도 고려할 만하다.

최근 자사주 취득을 발표한 주요 기업 자료:현대증권
종목취득규모
(억원)
시가총액
대비 비율(%)
취득주식수
(만주)
취득단가
(원)
현재가(3/7)취득 기간
삼성전자10,0002.3보통주 310
우선주 47
보 276,000
우 127,600
보 281,000
우 13,4000
3.11∼6.10
CJ2102.45539,15038,4002.15∼5.14
대신증권1492.210014,90013,6502.14∼5.13
한미은행1000.71257,9907,9902.3∼5.2
풀무원301.51030,00038,7002.3∼5.1
삼성SDI1,0453.315069,70067,0001.20∼4.19
LG전자1070.22543,00038,0001.14∼4.13
한국전력1,8451.61,00018,45017,70002.12.30∼
03.3.29

2000년 이후 삼성전자의 자사주 취득 결과 자료:한누리증권
기간취득 물량삼성전자 주가상승률종합주가지수 상승률
2000.10.23∼12.26300만주-1.25%-4.49%
2002.4.2∼23100만주+7.15%+2.25%
2002.8.6∼28266만주+9.33%+7.46%

이철용기자 lcy@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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