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보철강 헐값 매각 논란

  • 입력 2002년 12월 13일 18시 17분


한보철강을 미국의 투자전문회사인 AK캐피털에 3억7000만달러에 팔기로 한 자산관리공사의 결정에 대해 ‘헐값 매각’에다 불리한 조건을 떠안았다는 지적이 제기되고 있다.

그러나 자산관리공사측은 최대한 이른 시일 내 매각하는 게 최선이었던 상황에서 불가피한 결정이었다는 입장이다.

매각 본계약일(16일)을 앞둔 13일 한보철강 직원 등에 따르면 헐값 매각 논란의 핵심은 최근 호조를 보이고 있는 회사 경영실적이다.

현재 충남 당진 A지구 철근공장만 가동하고 있는 한보철강은 올해 현금 이익이 700억원대에 이를 것으로 전망된다. 건설경기가 살아나면서 철근 수요가 크게 늘어난 덕분이다. 회사측은 내년에도 올해 벌여놓은 건설공사가 많아 이익이 1000억원대로 늘어날 것으로 보고 있다. 여기에 현재 멈춰 있는 열연공장이 가동될 경우 열연가격 상승과 공급부족 등 시장 상황이 좋아 상당한 이익을 낼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익명을 요구한 한보철강 관계자는 “철강산업 투자시 일반적으로 회수기간을 8년으로 잡고 있는데, 매각대금 4500억원은 현재 회사 경영실적으론 불과 5년 안에 회수할 수 있을 것으로 보인다”며 “충분히 값을 받지 못한 것”이라고 말했다.

본계약 체결 후 대금 입금 완료까지 여유기간을 4개월이나 준 것도 통상 2, 3개월 주는 것에 비해 후한 조건이라는 지적도 나오고 있다. 일부에선 AK측의 자금 조달능력에 대해 의문을 제기하고 있다. 지난 8개월간 2억달러 정도 마련했으나 나머지 1억7000만달러 조달에 애를 먹고 있다는 것.

그러나 자산관리공사측은 이에 대해 “한보철강 매각의 특수성을 무시한 주장”이라고 반박하고 있다. 자산관리공사 이철훈 사무국장은 “1997년 부도 이후 6년간 질질 끌어온 매각 작업을 빨리 끝내야 한다는 여건 자체가 협상을 주도하기 힘든 상황이었다”고 말했다.

작년 11월 마감한 입찰 신청에도 겨우 3곳만 참여할 정도로 원매자도 별로 없어 매각을 서두를 수밖에 없었다는 얘기다.

이 국장은 “철강경기도 앞으로 어떻게 될지 예측하기 힘들어 지금 상황을 기준으로 판단할 수는 없다”고 반박했다.

이명재기자 mjlee@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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