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3년 상반기 경제를 조심하라

  • 입력 2002년 12월 4일 15시 56분


'2003년 상반기를 조심하라.'

기업들이 새해를 앞두고 걱정이 태산이다. 해외에서는 미국 경제 지표가 오락가락 종잡을 수 없고, 국내에서는 가계빚 증가와 대통령 선거 등 경제적 '악재(惡材)'들이 줄을 섰다.

삼성경제연구소는 4일 "2003년 상반기까지 대내외 여건이 대단히 불확실하다"면서 "기업들은 이 시기를 잘 넘겨야 한다"고 경고했다.

이 연구소는 테러 확산, 미국-이라크 전쟁 가능성, 정보기술(IT) 경기 회복 지연 등으로 인해 세계 경제 불안이 계속되고 있으며 국내적으로는 대통령 선거를 앞두고 1997년 말 외환위기 당시와 비슷한 사회 분위기가 재연되고 있다고 분석했다.

실제 기업들의 불안감도 점점 커지고 있다. 삼성전자 고위 관계자는 이날 "작년 말에는 올해 실적이 이렇게 좋으리라고 예상하진 못했지만 경기가 회복되리라는 기대가 있었다"면서 "지금은 내년을 생각하면 깜깜하다"고 말했다.

LG전자 김영수(金英壽) 부사장도 "해외 경기가 불투명해 내년 사업계획 작성에 어려움이 많다"면서 "꼭 필요한 투자 외에는 보수적 기조로 갈 예정"이라고 말했다.

전국경제인연합회가 업종별 매출액 기준 600대 기업을 대상으로 조사한 '12월 기업경기실사지수(BSI)'는 95.6으로 지난달(98.6)에 이어 연속 100을 밑돌았다. BSI가 100 미만이면 이번 달 경기가 지난달보다 나빠지리라고 보는 회사가 많다는 뜻. 제조업(88.8)이 비제조업(113.1)보다, 수출(제조업 99.5)이 내수(106.0)보다 체감 경기가 더 나빴다.

전경련의 유재준(柳在準) 경제조사팀장은 "미국 경제가 여전히 불안정한 모습을 보이고 국내 경기도 가계 부채 증가, 부동산 거품, 단기 외채 증가, 공적자금의 대규모 상환 도래 등 위험 요인이 많아 기업들의 불안감이 커지고 있다"고 분석했다.

경제 전망 전문가들은 "기업들은 최근 몇 년동안 가졌던 위기의식을 앞으로 상당기간 유지해야 할 것 같다"면서 "정부는 경제 외적인 불확실성을 줄여 경기가 연착륙할 수 있도록 유도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신연수기자 ysshin@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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