광고주 "명장면 덕 좀 보자"

  • 입력 2002년 11월 11일 18시 16분


영화나 드라마가 ‘제2의 광고모델’로 뜬다. 최근 영화나 드라마 내용 중에서 제품의 컨셉트에 맞는 부분을 패러디해 이를 TV CF로 제작해 광고효과를 높이는 기법이 눈길을 끌고 있다.

▽‘마이너리티 리포트’〓웅진코웨이 정수기 CF는 지난 여름 극장가의 최대 흥행작 ‘마이너리티 리포트’의 한 장면을 패러디했다. 영화에서 주인공 존 앤더튼(톰 크루즈)은 미래의 모습을 담은 동영상 수백 개를 홀로그램 터치스크린에서 손을 이용해 분류하며 범죄가 발생할 시간과 장소를 파악한다. 부드러운 클래식 배경음악과 어울리는 앤더튼의 환상적인 손놀림은 이 영화의 백미(白眉).

4년째 웅진코웨이 정수기 모델로 활동 중인 이영애는 11월부터 방송 중인 ‘신뢰성 테스트’편에서 톰 크루즈처럼 두 손으로 허공에서 수십 개의 화면을 이리 옮기고 저리 밀고 하면서 다양한 장면을 검토한다. 장면 하나하나에는 첨단기술로 정수기의 품질을 테스트하는 모습이 담겨 있다.

정수기의 물꼭지를 100만 번 여닫고, 낮은 온도에서 내구성을 실험하고, 뜨거운 열에 견디는 정도 등을 테스트하는 홀로그램 동영상이 화면 여기저기에 어지럽게 뜬다. 현란한 손동작으로 이 동영상들을 정리하며 바라보는 이영애의 모습에서 시청자들은 자연스럽게 ‘깨끗함(이영애)+첨단(2050년을 배경으로 한 마이너리티 리포트)’ 이미지를 동시에 전달받도록 했다는 게 제작진의 설명.

▽‘야인시대(野人時代)’〓시청률 40%를 훨씬 넘는 SBS의 월화 드라마 ‘야인시대’. 금강기획은 험상궂은 ‘깍두기’들을 다스리는 날렵한 김두한(안재모)의 ‘강한’ 이미지가 중심인이 드라마를 기아자동차의 1t 트럭 ‘봉고 프런티어’의 소재로 낙점했다.

금강기획은 야인시대 배역 중에서도 유도선수 출신의 ‘천하장사’이면서 가장 힘이 센 김무옥을 연기하는 이혁재를 캐스팅했다. 그리고 그에게 영화 ‘넘버3’의 송강호 말투로 대사를 처리하도록 주문했다.

“힘깨나 쓰신 분이 계시지, 그분 스타일이 그래. 일단 그냥 가, 조용히, 소리도 없이…, 속도 참 넓으시지.”

경기 부천시 상동 영상문화단지 내 야인시대 촬영장에서 제작한 이 CF는 광고에 둔감한 트럭 소비자들 사이에서도 화제가 될 정도로 대히트를 치고 있다.

▽‘이수일과 심순애’〓고려대학교에서 촬영한 KTF의 광고 ‘Na요일’편에서 조인성은 “하늘이 두 쪽 나도 나는 Na가야 한다”며 울며불며 매달리는 하지혜를 뿌리친다. 맛있는 것, 좋은 데 찾아가는 광고에서 애용해온 ‘이수일과 심순애’를 또 패러디했지만 효과는 만점.

소비자들은 어김없이 또 ‘뭔데?’라고 의문을 던지고 광고는 “전국 25개 영화관 무료, TGIF 치킨샐러드 무료”등의 자막을 가득 채운다.

웅진코웨이 광고를 제작한 덴츠이노벡 전길영 국장은 “영화 패러디기법은 제품이 얻으려고 하는 브랜드 이미지를 이미 본 영화의 장면을 보여줌으로써 구구절절한 설명에 들이는 시간을 절약할 수 있다”며 “또 이에 따라 인지도가 빠르게 상승해 비용 대비 광고효과가 매우 높은 게 특징”이라고 설명했다.나성엽기자 cpu@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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