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계 철강전쟁' 끝이 안보인다

  • 입력 2002년 5월 22일 16시 18분


미국과 유럽연합(EU)에 이어 중국이 수입 철강제품에 대한 긴급수입제한 조치(세이프가드)를 취함에 따라 '세계 철강전쟁'이 걷잡을 수 없이 확산되고 있다.

한국 정부와 철강업계는 중국의 세이프가드 조치에 따른 영향이 당장 크지는 않을 것으로 보지만 철강 보호무역주의가 더욱 확산되면 철강 수출이 큰 타격을 입을 것으로 우려하고 있다.

22일 정부 당국과 철강업계에 따르면 중국은 24일부터 6개월간 외국산 철강제품에 대해 9개 품목별로 8∼26%의 고(高)관세를 물리기로 하고 이를 곧 공식 발표할 예정이다.

▼관련자료▼

- 中도 곧 한국산 철강 수입제한 02/05/21


이에 앞서 미국은 3월20일부터 수입 철강제품 14개 품목에 대해 최고 30%의 관세를 물리는 세이프가드 조치를 취했고 이에 맞서 EU도 지난달 3일 비슷한 수입제한 조치를 취했다.

말레이시아 태국 등 동남아 국가들과 일본 캐나다 등도 세이프가드 발동을 검토중이다.

한국 정부와 철강업계는 일단 중국 정부의 공식적인 발표가 나와봐야 하겠지만 중국의 세이프가드 조치에 따른 직접적인 영향은 크지 않을 것으로 보고 있다.

대(對)중국 수출물량의 80%를 차지하는 판재류는 중국기업들이 수출용 원자재로 많이 쓰고 있는데다 중국의 자체 공급 물량이 부족해 한국 업체들의 수출물량이 급감하지는 않을 것이라는 분석.

삼성증권 김경중 애널리스트는 "한국의 대(對)중국 수출이 10% 정도 줄어들고 한국 업체들은 2억달러 정도의 추가 관세부담을 지게될 것"이라며 "하지만 이번 조치로 중국내 철강가격이 상승할 것으로 보여 국내 업체들의 수익성은 큰 영향을 받지 않을 전망"이라고 설명했다.

한국은 지난해 중국으로 381만t(17억2000만달러)의 철강 제품을 수출했다.

철강업계는 중국의 조치보다 철강 보호무역주의가 확산되는데 대해 더 큰 우려를 나타내고 있다.

한국철강협회 김성우 통상팀장은 "중국의 세이프가드 조치 자체보다 더 우려되는 것은 철강 보호무역주의가 도미노처럼 번지면서 수요처를 찾지 못한 철강제품들이 일부 시장으로 집중되면서 한국의 철강수출에 악영향을 미치는 것"이라고 말했다.

실제로 한국의 올 1·4분기(1∼3월) 철강제품 수출은 15억7000만달러로 지난해 같은 기간에 비해 16.4% 감소했다.

특히 세계 철강전쟁의 진원지인 미국으로의 수출이 42% 이상 줄어든 것을 비롯해 EU(-25%) 일본(-21%) 홍콩(-41%) 등 대부분 지역에서 감소세를 면치 못하고 있다.

<신치영기자>higgledy@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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