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2대기업 리더들<20>]동부그룹, '건설30년'토대에 첨단 꿈

  • 입력 2002년 4월 29일 18시 17분


김준기 동부그룹 회장(가운데 말하는 사람)이 계열사 경영진이 참석한 사장단 회의를 주재하고 있다.
김준기 동부그룹 회장(가운데 말하는 사람)이 계열사 경영진이 참석한 사장단 회의를 주재하고 있다.
동부그룹은 자산기준으로 재계 순위 20위(공기업 포함)라는 덩치에 비해 외부에 잘 알려지지 않은 보수적 기업문화를 갖고 있다. 이 때문에 그룹의 변화가 겉으로 드러나진 않지만 지금 내부적으로 중대한 전환기에 있다.

미륭건설을 모태로 한 창업 이후 30여년. 그동안 착실하게 실력을 쌓아온 동부는 지금 그 현재와 미래가 시험대에 올라 있다. 반도체 비(非)메모리 사업이 ‘현재’의 사활을 결정지을 부문이라면 종합 금융그룹을 꿈꾸는 청사진은 ‘미래’의 비전이라 할 수 있다. 동부그룹을 이끄는 경영진에게 맡겨진 과제도 현재와 미래의 두 축을 중심으로 한, ‘안정’과 ‘성장’의 효율적 조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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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부회장 트로이카〓그룹 총수인 김준기(金俊起) 회장을 보좌해 동부그룹의 경영을 일선에서 지휘하는 ‘야전 사령탑’은 한신혁(韓信赫) 제조부문 부회장, 장기제(張基濟) 금융부문 부회장, 이명환(李明煥) ㈜동부 부회장 등 3명의 부회장. ‘트로이카 체제’를 형성한 이들은 공교롭게도 모두 1963년에 서울대 상대에 들어간 대학 동기생이다.

동부에는 한 부회장이 가장 먼저(74년) 들어왔고 97년 그의 추천으로 장 부회장이 합류했다. 또 이 부회장은 지난해 장 부회장의 추천으로 영입됐다.

한 부회장은 10년간 구조조정 업무와 계열사간 조정업무를 맡으면서 ‘김준기 회장의 마음을 가장 잘 읽는 사람’으로 꼽힌다. 그룹의 신규사업 진출에는 어김없이 그가 관여했다. 97년 동부전자 사장으로 취임해 비메모리 반도체 사업 진출을 진두 지휘했던 그는 이제 자신이 시작한 반도체 사업을 꼭 성공시켜야 한다는 무거운 숙제를 해결하기 위해 힘을 쏟고 있다.

장 부회장은 한국은행에서 출발해 기업체 실무경험도 거쳐 이론과 실무에 두루 능하다. 97년 동부전자 전무로 들어왔다가 2000년 동부생명 사장을 거쳐 그룹에 온 지 5년 만에 부회장으로 승진했다. “일이 취미”라고 할 만큼 철저한 ‘일벌레’로 불린다. 금융부문 사장단 회의 간사로서 금융 각 사의 의견과 사업방향을 조율하고 있다. 최근 뛰어든 서울은행 인수전(引受戰) 등 종합금융그룹 추진과정에서의 핵심 브레인 역할에 눈길이 간다.

그룹에서 새로운 싱크탱크 기구로 떠오른 ㈜동부를 이끌고 있는 이 부회장은 삼성에서 경력을 쌓고 효성 계열사에서 최고경영자(CEO)를 지냈다. 인사관리 관련 저서도 낸 이 분야 전문가. 그룹의 경영 컨설팅 기능까지 갖춘 지주회사로 변신할 계획인 ㈜동부는 사실상의 종합조정실 기능까지 맡고 있어 그의 치밀한 인사 조직관리 노하우가 동부의 조직문화를 어떻게 바꿔놓을지가 관심사다.

▽경륜 풍부한 사장급들〓동부의 계열사 사장 중에는 40대는 물론 50대 초반도 찾아볼 수 없다. 그룹문화가 전반적으로 보수적인데다 김준기 회장이 “50대는 돼야 사장 자격이 있다”고 공언할 만큼 연륜을 중시하기 때문으로 풀이된다. 주요 CEO들은 대부분이 그룹의 모태가 된 동부건설(옛 미륭건설)에서 잔뼈가 굵은 경력도 갖고 있다.

윤대근(尹大根) 동부전자 사장은 김준기 회장과 동서지간이지만 김 회장이 ‘동지’라고 부를 만큼 전문경영인으로 인정받는 실력파. 93년 동부제강 사장에 취임해 아산만 공장 건설을 주도했다가 외환위기로 어려움을 겪었지만 비교적 잘 수습하고 전자로 옮겼다. 10여년간 뉴욕지사에서 근무한 외국경험을 살려 현재 동부전자에 절실한 외자 유치 등에서 능력을 발휘해줄 것으로 그룹에서는 기대한다.

외형이 가장 큰 계열사인 동부화재(옛 자동차보험)의 이수광(李秀光) 사장은 행정고시 출신으로 옛 경제기획원에서 공직생활을 하다가 율산을 거쳐 81년에 동부에 합류했다. 율산 경험에서 배운 교훈인 듯 내실을 중시하며 신중한 관리자형.

백호익(白豪翼) 동부건설 사장은 그룹에서 하나의 인맥을 형성한 산업은행 출신. 궂은일을 피하지 않고 정면돌파하는 추진력이 돋보인다. 건설업계가 최악의 어려움을 겪던 97년에 사장으로 취임해 경영합리화를 추진해 능력을 인정받았다.

우종일(禹鍾日) 동부한농화학 사장은 기획 재무분야에 정통하다는 평. 바이오 생명공학 분야에 투자를 집중하면서 그룹의 또 하나의 미래 성장엔진을 마련하고 있다.

김정일(金正一) 동부제강 사장은 엔지니어 출신이지만 생산관리 영업 해외영업 기획관리 등 다양한 분야를 두루 거쳐 최고경영자 자리에 올랐다.

▽자문역할 하는 회장들〓동부는 90년대 중반부터 부문 회장 제도를 도입했다. 현재 회장을 맡고 있는 이들은 직접적으로 경영에는 관여하지 않지만 그룹의 ‘큰 그림’을 그리는 과정에서 김 회장에게 조언을 한다.

김형배(金炯培) 제조부문 회장은 김 회장의 외삼촌이다. 경제부총리 출신인 강경식(姜慶植) 금융부문 회장은 김 회장 부친인 김진만(金振晩) 전 국회부의장 때부터 집안간의 교류가 인연이 돼 2000년에 동부에 영입됐다.

손건래(孫建來) ㈜동부 회장과 홍관의(洪官義) 동부전자 회장은 산업은행 동기 출신으로 동부에 먼저 합류한 손 회장이 김 회장에게 홍 회장을 추천했다.

이명재기자 mjlee@donga.com

박형준기자 lovesong@donga.com

동부그룹을 이끄는 주요 전문경연인
이름직함나이출신지학력
한신혁제조부문 부회장57서울경복고-서울대 경영학
장기제금융부문 부회장58서울서울고-서울대 경제학
이명환㈜동부 부회장58경북 성주계성고-서울대 무역학
윤대근동부전자 사장55경북 구미경기고-서울대 토목공학
백호익동부건설 사장59서울경복고-서울대 경영학
우종일동부한농화학 사장58서울서울사대부고-서울대 상학
김정일동부제강 사장63전남 여수여수고-서울대 금속공학
이수광동부화재 사장58전북 전주전주고-고려대 경제학
정종렬동부증권 사장53서울경기고-서울대 경제학
김하중동부상호저축은행57강원 정선강릉상고-고려대 상학
대주주인 김준기 그룹 회장은 제외.
자료:동부그룹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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