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이닉스 매각 '고용보장' 논란

  • 입력 2002년 4월 23일 18시 03분


하이닉스반도체 매각이 채권단 내 이견과 소액주주 및 노조의 반대에 부닥쳐 최종 타결이 불투명해지고 있다. 더구나 하이닉스와 채권단에 불리한 내용들이 속속 밝혀지면서 ‘헐값 매각’ 시비가 증폭되고 있다.

23일 채권단 등에 따르면 미국 마이크론테크놀로지는 하이닉스를 인수할 때 메모리사업부문의 근로자 85% 이상이 회사에 남아있어야 한다는 점을 필수조건으로 붙인 것으로 밝혀졌다. 대상자는 ‘마이크론이 메모리사업에 필요하다고 판단한 직원’이어서 필수인력만 고용승계하고 나머지 인력은 하이닉스 책임 하에 정리토록 한다는 뜻으로 해석된다. 그러나 하이닉스 노조는 매각반대를 위해 노조원들이 회사와의 근로계약서에 서명하지 않도록 유도한다는 방침이어서 매각 협상이 결렬될 위기에 처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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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이크론이 이러한 조건을 붙인 것은 반도체산업은 우수한 연구개발(R&D) 인력 확보가 필수적이기 때문에 매각을 계기로 직원들이 동요해 빠져나가는 것을 회사가 책임지고 막으라는 뜻이다. 이는 22일 이덕훈 한빛은행장이 “마이크론이 메모리 부문 인원의 85% 이상을 2년간 고용승계하는데 합의했다”고 말한 것과 전혀 다른 의미여서 논란이 예상된다.

또 마이크론이 인수한 후 발생하는 우발채무는 채권단이 전체 매각대금의 25%(9억5000만달러)까지 부담하도록 돼 있다. 그러나 아직 합의를 보지 못한 지적재산권 관련 우발채무는 빠져 있어 채권단 부담은 더 늘어날 것으로 보인다.

하이닉스 잔존법인은 앞으로 7년간 어떤 메모리반도체 사업에도 진출하지 못하되 다만 마이크론과의 협의 하에 내장(Embedded) 메모리반도체 장치와 제3자를 위한 파운더리 서비스는 할 수 있도록 하는 조항도 새로 밝혀졌다. 미국에서는 이처럼 경쟁금지(Non-Competence) 조항을 붙일 때는 인수자가 대가를 지불하는 것이 일반적이나 채권단은 대가를 받아내지 못했다.

한편 하이닉스 노조는 이날 성명을 내고 “정부와 채권단이 매각을 강행한다면 생존권을 지키기 위해 총파업 투쟁도 불사할 것”이라고 발표했다. 하이닉스 소액주주들의 모임인 하이닉스살리기 국민운동연합회도 이날 기자회견을 갖고 “37만 소액주주와 1만5000여 종사직원, 2500여개 협력업체와 함께 매각 저지 투쟁을 하겠다”고 밝혔다.

신연수기자 ysshin@donga.com

김두영기자 nirvana1@donga.com

▼하이닉스-마이크론 조건부 양해각서(MOU) 주요 내용

▽양사 이사회에 의한 MOU의 승인이 이뤄져야 효력이 발생한다. 단 30일 오후 6시까지 승인이 없 으면 무효.

▽하이닉스는 일부 예외를 제외하고 7년간 어떤 메모리사업에도 직 간접적으로 종사하지 못한다.

▽마이크론은 잔존법인 15%에 해당하는 주식을 취득한다.

▽매각대상 자산은 이천 청주 미국 유진공장 부지, 모든 메모리반도체 웨이퍼 제조설비, 지적재 산권을 포함한 하이닉스의 메모리반도체 관련 모든 자산.

▽마이크론은 합의에 따라 하이닉스 메모리반도체 사업과 관련된 특정 부채를 인수한다.

▽거래 완결시 마이크론은 하이닉스에 자사 보통주 1억857만1429주를 교부한다.

▽지분투자 대가로 마이크론은 하이닉스 잔존법인에 2억달러를 즉시 지급한다.

▽채권단의 신규법인에 대한 15억달러 이상의 자금지원은 거래의 선행조건이다.

▽마이크론의 고용 제안을 받은 근로자의 85% 이상 및 실질적으로 모든 핵심 근로자에 의한 고용동 의는 거래의 선행조건이 된다.

▽5월31까지는 최종계약을 체결한다.

▽하이닉스가 인수한 마이크론 주식 중 1428만5714주(13%)는 면책의 담보로서 에스크로 계좌에 예탁된다. 예탁금액은 거래완결 후 1년이 되는 날에 반환되며 추가부실 채권은 제외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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