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업]“하이닉스 38억달러에 매각”…조건부 MOU 체결

  • 입력 2002년 4월 22일 18시 31분


하이닉스 반도체가 미국 마이크론 테크놀로지에 이 회사 주식 1억860만주(채권단 평가기준 38억달러·19일 종가기준 32억달러)를 받고 메모리반도체 사업부문을 팔기 위한 조건부 양해각서(Non-Binding MOU)를 체결했다.

그러나 양해각서가 두 회사 및 채권단 이사회 승인을 전제로 한 조건부인 데다 매각대금으로 받게 될 마이크론 주식 가치가 최근 시장가격과 큰 차이가 나는 만큼 ‘헐값 매각’ 논란이 재연될 것으로 보여 최종 협상타결을 낙관하기에는 아직 이르다.

박종섭(朴宗燮) 하이닉스 사장과 이덕훈(李德勳) 한빛은행장은 지난주 미국을 방문해 마이크론과 마지막 협상을 벌인 뒤 전격적으로 MOU를 체결했다.

▽MOU 내용〓이 행장은 22일 “메모리 사업부문에 대한 매각대금으로 마이크론의 신주(新株) 1억860만주(38억달러)를 넘겨받는 등 매각협상에 대한 MOU를 체결했다”며 “본 계약을 5월 말까지 마무리짓겠다”고 밝혔다. 마이크론은 하이닉스에 남는 비메모리 사업부문에는 2억달러를 투자해 15%의 지분을 갖게 된다.

반면 채권단은 마이크론의 메모리부문을 인수해 탄생할 ‘마이크론 코리아’에 신규자금 15억달러를 장기 저리로 대출해 주는 데 합의했다. “15억달러는 마이크론 본사가 지급보증하라”는 채권단 요구는 수용되지 않았지만, 공장 등 부동산을 담보로 잡기로 했다.

마이크론은 그 대신 2년간 하이닉스 직원의 85% 이상 고용승계를 보장하기로 했다.

MOU는 또 하이닉스 채권단협의회, 하이닉스, 마이크론 양사의 이사회가 이달 30일까지 MOU를 승인해야 효력이 발생하며, 이런 조건을 충족하지 못할 경우 자동 소멸된다. 이 행장은 “1, 2금융권에서 120개 채권단 가운데 채권액 기준으로 75%가 동의해야 하지만, 협상이 깨질 경우 초래될 결과를 고려한다면 통과될 것으로 본다”고 말했다.

▽헐값매각 논란〓MOU 내용이 공개되면서 매각대금이 38억달러인지를 놓고 논란이 빚어졌다. 합의 내용이 메모리반도체 설비를 넘기는 대신에 ‘현금 얼마를 받는다’가 아니라 ‘마이크론이 새로 발행할 주식 1억860만주를 받는다’고 돼 있기 때문.

채권단은 “주당 35달러로 평가하는 만큼 38억달러가 매각대금”이란 시각. 그러나 협상초기 40달러를 오르내리던 마이크론 주가가 지난 주말 29.5달러까지 떨어지면서 “오늘 당장 주식을 팔면 32억달러밖에 못 받는다”는 주장도 설득력을 얻고 있다. 지급될 1억여주도 그나마 4개월간 팔지 못한다는 단서 조항도 붙어있다.

은행권에선 이 밖에 “새로 발행할 약 1억주가 기존 마이크론 주식의 20%나 된다”며 “‘물타기 효과’로 주가가 20% 이상 떨어질 수밖에 없다”는 지적도 나오고 있다.

이덕훈 행장도 헐값매각 시비를 의식한 듯 “마이크론이 1억주 이상은 못 준다고 버틴 만큼 받아낼 수 있는 ‘최대한’을 받아 낸 것”이라고 평가했다.

신연수기자 ysshin@donga.com

박정훈기자 sunshade@donga.com

김승련기자 srkim@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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